난 아빠다

by 벼리

“아빠, 이거 해도 돼요?” 작은 손으로 전기 콘센트를 가리키는 우리 꼬맹이를 보며 화들짝 놀라 달려갔다. 이렇게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아찔한 순간들이 반복된다. 육아의 난도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요 꼬맹이가 자아가 생기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다보니, 하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 그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볼 때마다 나도 아이의 새로운 모습을 볼 생각에 설렘과 동시에 약간의 두려움이 밀려온다.


아이가 하고 싶은 것들은 대부분 위험하거나 적절하지 않은 것들이다. 자기는 이걸 하고 싶은데 부모는 기저귀 갈아야 한다고, 옷을 입어야 한다고, 손을 씻어야 한다고, 하지 못하게 하니 발라당 누워 버리며 짜증을 낸다. 아내와 내가 좋은 말로 설득하려고 해도 아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먼저여야만 하고, 계속 싫다고만 표현한다. 싫다고 짜증이 섞인 울음을 우는데, 그 속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설명하지 못하기에 답답해하는 그런 짜증도 섞여 있는 것 같다. 결국 수용 능력도, 표현 능력도 아직은 미숙한데 욕구가 먼저 생겨버린 탓이다.


하루 종일 아이와 실랑이하느라 요즘은 매일매일이 넉다운이다. 육아만 넉다운이면 다행일텐데, 직장 생활이라는 게… 매일매일이 녹초가 되어 버리는 것은 당연하기에… 매일 2K.O를 당하는 셈이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매일밤 잠자기 전 “오늘도 힘들었다 그치?”하며 바로 골아떨어진다.


얼마 전 주말, 특히 힘든 일이 있었다. 밤새 아이는 아무 이유없이 자다 깨다 반복했고, 계속되는 울음소리에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내가 지치고 피곤하니, 아이의 투정에 나도 모르게 화를 내게 되었다. 내가 화를 내니 아이는 더 울었고, 나는 ”어떡하라고!“라며 아이를 팽개치게 되었다. 그러자 아이는 자기를 내버려뒀다는 느낌에, 온 세상 떠나가라 울어대었고 숨 넘어가듯 악을 썼다.


그때 미친듯이 울어대는 아이를 보며, 깊은 공포감이 밀려왔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내 자신이 너무 무섭게만 느껴져 아이를 안고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 말을 눈물이 그칠 때까지 반복했다. 아이는 다시 잠이 들었지만, 나는 아이에게 상처를 줬다는 생각에 그날, 밤을 새우고 말았다.


그날 이후로 나의 태도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매일 퇴근할 때마다, 집에 들어가기 전 잠시 멈춰 서서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난 아빠다. 난 아빠다.“라고 되뇌이면서 입을 크게 벌렸다 닫으면서 얼굴 근육을 푼다. 아이 앞에서는 힘든 티를 내지 않으려고 말이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문을 열자마다 들려오는 아이의 “아빠!”하는 환호성에 그날의 스트레스도, 피곤함도 눈 녹듯 다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아이가 웃으며 달려와도 피곤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얼른 아이가 잠을 자서 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어느 날 저녁,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나 보니 아이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방실방실 웃고 있었다. 그 순간의 행복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이런 작은 순간들이 모여 육아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는 것 같다.


물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육아 스트레스가 새롭게 쌓이긴 한다. 그렇지만, 계속 짜증을 내다가 결국 새근새근 잠든 아이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면 또 스트레스는 사라지고 만다. 작은 입술을 달싹이며 꿈꾸는 모습을 볼 때면,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을 느낀다.


이렇게 아이가 나를 어른으로 만들고 있다. 때로는 힘들고 지치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매 순간이 나를 성장시키고 있음을 느낀다. 난 아빠다. 이 역할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 여정에서 느끼는 사랑과 행복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아이를 키우며 배운 인내와 이해, 그리고 무조건적인 사랑은 내 삶의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직장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더 너그럽고 이해심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아이는 나의 가장 훌륭한 스승이자,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힘이다. 이 작은 천사와 함께하는 여정이 때로는 힘들지만, 그 어떤 경험보다도 값진 것임을 날마다 깨닫는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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