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마법의 거울

소중한 습작 소설1

by 나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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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규야, 그게 그리 즐겁드나.”

휴대폰 속 영상을 보며 웃고 있는 내게

학기 초,

친해지고 싶은 학우에게 조심스레 말을 거는 듯한 양,

아버지가 내뱉은 말이었다.

불쌍하게도, 일의적 사랑에 익숙해진 나는 그 관심이 달갑지만은 않았고, 그의 물음에 짓궂게 대답하곤 했다.

“•••네.”

아마 그때의 나는 유쾌한 가족의 영상을 보고 있었겠지.

병신같은 내가 참 한심하다.

차디찬 아버지의 유언장을 어루만지며, 그 따뜻함을 떠올리는 내가.

그때의 나는 왜 영상을 보며 이상적인 가족을 그렸던가,

왜 더 나은 가정을 꾸리겠다고 다짐했던가.

그것은 마법의 거울이었다.

백설공주에 나오는, 그 마법의 거울 말이다.

나는 현실을 두고, 이상만을 쫓고 있었던 것이다.

기억에도 없는 엄마.

어쩌면 그 부재가 내면 깊은 곳의 결핍으로 박혀버린 탓일까.

적어도 사람이었다면,

갈 곳 없어 비틀대는 아버지의 손을 잡아주지 못할망정,

내치지는 말았어야 했다.

아…… 이 분노의 떨림이 가슴을 후벼판다.

분개해도 아무도 품어주지 않는 슬픔.

내 가슴 한켠에 숨겼던 결핍의 골이 한층 깊어진다.

나는 아들이기 전에,

과연 어떤 인간이었나.

갑자기 등골을 타고 서늘한 감각이 일어난다.

작가로서 써왔던 많은 글들,

사랑을 노래하고 고백의 편지를 썼던 모든 것들이,

오늘, 아버지의 유골함 앞에서야 비로소 인정한다. 모든게 가식이었음을,

왜 아버지는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드는가.

왜 아버지는 끝까지 나를 보살피지 않았는가.

왜 아버지는……

내 탓, 남 탓, 저 탓을 허공에 쏟아내다

다시금 아무 의미도 없음을 깨닫고 멈춰 선다.

아버지를 죽인 아들로서의 자아를 되찾는 것이다.

벤치에 앉은 노인을 보고 그의 생애를 감각적으로 쓸 줄 알았던 나는,

길가의 가로수를 보고 슬픔을 나눌 줄 알았던 나는,

버려진 쓰레기를 보고도 주워올 줄 알았던 나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사랑받는 것에만 익숙했던 나는,

아버지의 생에도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다.

술김에 용기를 내어,

아들에게 몇 마디씩 던지던 그 서툰 말들.

“공부는 잘 되나.”

“준규야, 뭐 안 묵고 싶나?”

“열심히 하는 거 아니까… 아빤 이해한다.”

그 말들은 이제야 내 습작 노트 위에

<가장 애틋한 남자의 생애>라는 제목으로 한 줄씩, 한 줄씩 쓰여간다.

쓰다 보면 감정이 북받쳐,

매정한 아들로서 못다 한 말들도 덧붙인다.

‘아버지가 꼭 보고 계셨으면.’

찾아오는 밤의 냉기가 아득히 스며드는 집안이 싫어,

다시금 마법의 거울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웃는다.

입이 찢어지게 웃는다.

슬픔이 가시게 웃는다.

나의 미련함에 웃는다.

아버지의 고달픔에 웃는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나를 위해,

울지 못해 웃는다.

화면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속의 나는 더 이상 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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