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의 마지막 잎새

삼수란 내 인생에 ‘절대’ 없다.

by 나빈작가

글 쓰고 있는 당시는, 11월 13일 대학수학능력 평가가 이루어지기까지 4일을 앞두고 있다.


현재의 나는, 걸어온 6개월 하고도 조금 더 된 기간들을 곱씹어보기도 하며, 당장 앞에 둔 시험들을 대비해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6개월인 이유는 1화에 설명되어 있다.)


수능을 한 번 경험했다는 알량한 자신감으로,

한 달 전까지만 하여도 친구들에게 온 위로 차원의 연락에

“ 떨리지는 않는데, 그냥 하루빨리 이 기간이 끝났으면 좋겠다.” 라며 괜히 거들먹거리기도 했다. 근데 어느 정도는 사실이기도 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오늘만은 중압감이 엄청나다.

아마도 if놀이를 시작한 까닭일 것이다.


“만약에, 자퇴한 학교를 다시 가게 된다면?”

“만약에, 수능을 치다가 배가 아파오기 시작한다면?”

“만약에, 국어를 망해서 멘탈이 터진다면.. “

만약에.. 만약에…


이런 의미 없는 질문들을 내게 던지며

도축 날짜를 기다리는 가축이 된 양, 다가올수록 중압감이 배로 늘어나는 수능날을 잊어보고자 했다.


혹자는 수능까지 며칠 안 남았는데도, 왜 글을 쓰고 있냐고 나무랄지도 모른다. 맞는 말이다. 나도 왜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달려봤자 쳇바퀴에 가속력을 더하는 것밖에 안되기에 차라리 현재 감정들을 기록해 보려고 글을 남긴다.


재수.

대단한 건 아니지만, 짧게 살아온 20년생 중 6개월을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공간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시간을 공부한다는 것은 짧은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큰 이벤트이다. 신생아에게도 두 발로 걸어 다닌다는 것이 큰 의미인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정말 내 인생에 큰 기점이 될 것 같다. 왜냐면, 어쩔 수 없는 경쟁의 본질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해야 될 자리를 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


그래서, 난 질투와 열등감을 내려놓고 소수의 승리자들이 지닌 능력에 대해 감탄할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9등급도 누군가는 해야 될 자리이고, 작년 수능에 받았던 4등급 또한 누군가는 해야 할 자리이다.


지금의 난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못난 게 아니라 저들이 대단한 것이라고.”


이번 수능은,

내게, 상처를 입히지 못할 것이다.

난 나만의 개성을 굳게 믿고 있으므로 뭐가 됐든

나를 보담아 살피고, 관찰하는 것이 우선이란 것을 깨달아서이다.


아직 차디찬 사회의 추위를 느끼지 못해서 동화 같은 대사들을 내뱉고 있을 수도 있는 나지만, 어차피 나를 보살피는 건 ‘나’밖에 없다. 결과는 무정하기에 나 또한 그에 대해 무정하게 반응하고 그 내면에 있는 나에게 용서를 구하기도 해 보고 이끌기도 해 보며 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정말 힘든 2025년이었다.

진짜 진짜 진——짜 힘들었다.

너무 잘 버텨줬다.


너무 하기 싫어도 백 톤이 되는 듯한 다리를 강제로 이끌고 의자의 앉는 모습.

공부가 힘들다며 징징대는 나를 어찌할 줄 몰라서, 한 발자국 뒤에서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줬던 모습.

갈라지는 듯한 자아를 대수롭지 않게 자르기도 해 보고 붙여보기도 해 보았던 그 모습.

다- 기억하고 있다.

수고했고 조금만 더 힘내보자.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