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든 탑

위태위태하게 쌓아 올린 내 것들

by 나빈작가

오늘 난 한 순간에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 꿈을 꾸었다.

꿈이라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건 나를 사막의 모래알처럼 아주 자그맣게 만들었다

200만원을 들여 새 눈을 얻은 라섹과

내가 12년의 교육과정을 거쳐 지니고 있는 지식과

우리 가족에 관한 기억들을 다 잃어버린 채


어느 골목길을 서성이고 있었다.

한 발 한 발 내딛기가 정말 무섭고 망설여졌지만,

우리 집을 찾기 위해 계속 걷고 있어야 했다.


현대 과학으로 다시 얻은 선명한 시야는

사물들이 갈라지듯 겹치고 온 세상이 뿌옇게 보였다.

절망적이다… 나는 그때 경찰서에 도움을 요청할 생각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유무조차 몰랐다. 그저 처량한 내가 편히 쉴 수 있는, 내가 있어도 편안한 공기가 생기는 그런 공간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걷고 있었다.


그러다 점차 앞이 어두워지며

혼란함이 극에 도달하자

눈을 뜨게 되었다.


아… 이번엔 잠에 들었는데

다시 잠들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엎드려도 보고 옆으로도 누워보며 자세를 바꿔본다.


요새 통 잠이 안 온다.

엄청난 고뇌와 복잡한 생각들 보단,

현재 나는 권태의 구심력을 이겨내야 하지만

그 편안함에 취해 내가 이뤄내야 할 것들을 하지 않는

괴리감에 불편해지는 까닭일 것이다.


그래서 어제는 조그마한 변화를 줬다.

곧 무너질 나의 탑에 돌 하나를 더 얹은 것이다.


평소보다 일찍 자고,

심심할 때엔 유튜브 대신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사실 지금의 탑 또한 무수히 많이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길 반복했을 것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행동을 한다 해서 그 탑이 견고해지지 않는다는 것 또한 아주 잘 알기도 한다.


무너지는 게 무서워 쌓아 올리지 않는다는 것은

인생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아니다.


무너지니까 쌓는 게 탑인 것이라 납득하며,

그 꿈의 내용 또한 무너지리라 생각하며

새로이 공든 탑을 쌓아 올릴 것이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