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저 빛들이 될 수 있을까
부산대 다니는 친구와 함께 아무런 계획 없이 서울 구경에 나섰다.
괜찮다, 우리에겐 서울시 동작구에서 자취하고 있는 중앙대 친구가 있기에 든든하다.
KTX는 너무 비싸서
무궁화호에 몸을 싣고 떠났다.
우리 지역에서 서울까지는 6시간 정도 타고 가면 됐다.
그렇게 많은 역들을 거치며
6시쯤 한강을 지나갔다.
노을을 한층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서울의 야경은
아주… 정말 이뻤다.
오사카를 가고 줄곧 일본의 경치가 이쁘다라는 말을
연신 내뱉던 나에게, 이러한 서울의 저녁 야경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 상경하자마자 버스 파업 소식이 들려왔다. 뭐 이게 여행이니까… 하고 재미있게 받아들였다. )
첫날은 도착하자마자 밤이 되어서 멀리는 못 가고
친구가 중앙대 건물을 소개해주었다.
찰나이지만, 많은 생각이 들게끔 하는 매력 있는 공간이었다.
치열하게도 움직이는 작은 불빛들
그 사이에도 영화처럼 비극적인 삶도 있고,
성공가도를 달리는 불꽃같은 빛들도 있겠지.
무엇인가 마음에서 끓어오르며,
나 또한 이 불빛들에 치여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후 배가 고파서 중대생들이 자주 찾는 가성비 맛집 가게를 가서 밥을 먹었다.
인당 9000원에 계좌이체를 하면 볶음밥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학생들에겐 천국 같은 가게라고 느껴졌다.
사장님에게 칭찬까지 들었다.
“ 학생 늦게까지 공부하다 온 거지? 수고가 많아 ㅎㅎ “
나는 멋쩍은 듯 감사인사를 전했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서울의 정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그 후 시골쥐인 나의 로망, 한강 라면을 먹기 위해 무작정 여의도로 갔다.
바깥에서 라면을 먹고자 오기를 부려봤지만, 살이 아리는 듯한 찬 공기와 칼바람에 두 손 두 발 다 들며 푸드파이팅을 하고 빠르게 실내로 들어왔다.
낭만이란 게 얼마나 부질없는지 느낀 순간이었다.
그 후 길거리에서 파는 찹쌀구이통닭과 맥주를 사서
자취방에서 먹었는데, 이것만큼 소소한 행복이 없더라
그렇게 자취방에서 술을 먹고 영화를 보고 밤새 수다를 떨었다. 그렇게 청춘이 흘러가는 걸 느끼며 내가 청춘임을 자각하는 순간이었다.
2일 차 아침(비록 12시에 먹는 끼니이지만)에 뼈해장국을 선택했다.
이 돼지는 전생에 대장 출신인지 살이 빽빽하여 발라내기 쉽지 않았지만, 정말 맛있긴 했다.
우린 어제 아침 6시에 잤으므로
12시에 깨서 오후 2시쯤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선
진짜 볼거리들이 엄청 많았다.
그리고 이렇게 귀중한 자료들을 공짜로 제공하는 대한민국에 대해 애국심이 차오르는 순간이기도 했다.
난 조선부터 한국사 공부를 열심히 했기 때문에,
조선 근현대사 부분의 전시가 가장 재미났다.
다 둘러보니 6시쯤 가량이 되어서,
저녁을 먹기 위해 서울을 서성이다가 나를 이끄는 듯한 간판을 보고 무작정 한 가게를 들어가서 밥을 먹었다.
무쇠에다가 삼겹살과 김치를 함께 주는 가게였는데,
구운 김치와 잘 익은 생삼겹이 입에서 왈츠를 추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삼겹살과 소주…
이건 정말 소름 돕게 맛있는 조합인 듯하다.
그렇게 만찬을 즐기고 나서, 2일 차 밤은 사우나에서 보내기로 정했기 때문에, 24시간 영업을 하는 사우나를 찾아 떠났다.
8시 정도밖에 안 됐길래, 친구들과 당구를 치러 갔다.
늘 칠 때마다 느끼는 건데, 당구는 정말 감이 안 잡힌다.
분명 머리로 계산할 때는 되던 것이 안 되고, 오히려 막 치는 공이 기가 막히게 되는 신기한 스포츠인 것 같다.
사우나에 와서, 욕탕에만 2시간을 앉아있던 것 같다.
사실 우린 사우나를 즐기러 온 것이 아니라 뜨뜻한 물에 몸을 맡기고 싶었던 것 같았다.
다 씻고 나와보니까 매점이 문을 닫을 시간이라서, 맥반석 계란과 식혜를 즐길 틈도 없었다.
덕분에 빨리 수면에 취하긴 했다.
여기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이 온다.
늙어 보이는 할아버지와 친구들과 놀러 온 청년들과
늦은 시간 몸의 피로를 풀고자 온 중년의 남성과
데이트를 즐기러 온 연인들…
다들 처지는 다르지만,
우린 사우나에서 하루의 피곤함을 녹이며
또 다른 날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서울의 사우나에서 보내는 밤은
그렇게 여러 코골이 소리와 함께 풍악을 울리며 보냈다.
나는 이제 몇 시간 후면,
무궁화호에 몸을 맡겨 집으로 돌아간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서울에서 부대끼며 성공을 위해,
더 나은 하루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아.
무(無) 조건으로 응원한다.
서울의 경치에 감탄하며, 서울의 현실에 기겁하게 되는 여행이 되었던 것 같다.
다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