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기록집
더 이상 밤사이 일어난 일을 알기 위해 TV를 켜지 않는다.
기상 캐스터가 우산을 들고 있는지, 어떤 겉옷을 입고 있는지는 궁금하지 않다.
한때 기상 캐스터들의 입김에 온기를 준비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 아침에 눈을 뜨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숫자를 읽는 일이 되었다.
기상 시간을 확인하고, 휴대폰 화면에 떠 있는 해와 구름 사이 온도를 읽고, 쌓여 있는 메시지의 수를 없애는 일이 일과의 시작이 되었다.
습관적으로 인스타그램 앱을 켠다.
누군가의 죽음이 손에 와서 닿는다. 냄비가 스치고, 어떤 이의 근육과 귀여운 고양이가 줄지어 나온다.
무성의 소리가 가득한 곳에서 나는 재빨리 아는 얼굴을 찾는다.
밤사이 무탈했을 나의 친구들을.
진경이는 지금쯤 어머니와 오키나와에 있을 것이다.
여행을 준비하는 네일과 속눈썹 펌 사진이 그저께 짧게나마 스토리에 올라왔다.
아마도 점심시간 정도에는 얇아진 겉옷을 입고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이 첫 사진으로 올라올 것이다.
내가 아는 진경이는 효심이 가득하니까.
진경이는 여행 가기 전부터 많은 일을 했다.
시크릿 투톤으로 머리를 염색하고, 스무 벌이 넘는 수영복이 있지만 또다시 수영복을 샀다.
분홍색과 연노랑색의 꽈배기 니트 두 벌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나는 그동안 그녀의 설렘을 놓치지 않고 ‘좋아요’를 눌렀다.
거리가 멀어진 친구를 대하는 최선의 호의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보내는 알림에 나는 그렇게 순종했다.
그녀의 랜선 여행길에 나도 동행했다.
여행 첫날, 해안 절벽을 따라 놓인 산책로를 걸으며 만좌모라는 이름이 유래된 넓은 들판 앞에 서봤다.
가장 유명한 코끼리 코 모양의 기암절벽 앞에서 사진도 남겼다.
흐린 하늘은 맑게 보정해도 흐렸지만, 새로 산 옷은 유난히 밝게 나왔다.
새로 고침.
더 이상 하트를 남길 게시물이 없어진 나는 다른 친구 계정을 살핀다.
혜선 씨는 첫째 딸아이가 세 살이 되어 어린이집에 가게 되었을 때 알게 된 딸 친구 엄마다.
알게 된 지는 몇 년이 되었지만 친해지게 된 지는 얼마 안 됐다.
혜선 씨네가 갑자기 타지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부터 인스타그램으로 서로의 사진을 공유하며 친해졌다.
연락처를 알고 있지만 연락을 해본 적은 몇 번 없다.
하지만 종종 DM으로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
나의 딸은 어린 시절을 함께한 친구를 더 이상 그리워하지 않는다.
거리가 멀어져서 생긴 우정은 곧 마흔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몫이 되었다.
우리의 우정이 돈독해지길 바라며 오늘도 빈 하트에 색을 채워 넣는다.
“오늘도 잘 지내 보이네요.”
암묵적인 우리의 약속은 해가 지나도 붉게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