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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분홍 Aug 23. 2024

구석동과 태평양

 구석동과 태평양

결혼과 함께 처음 살았던 동네는 부산시 금정구 구서동이다. 가끔 농담 삼아 “구석동”이라고 부르곤 한다. 경부고속도로 부산 기점이 바로 여기 구서동이다. 부산광역시 금정구 구서동 61-11번지가 구서IC 주소다. 그리고 부산에서 고성 통일전망대휴게소까지 이어지는 7번국도 부산 마지막 구간을 지나는 곳도 이곳이다. 어쩌면 부산에서 경남으로 이어지는 경계지점에 있으니 구석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부산 시내 도심을 기준으로 동북쪽 맨 끝 변두리 동네인 건 맞다. 끝이면서 또 시작인 곳이 내가 사는 동네다.


구서동에서 경부고속도로쪽으로 가지 않고 국도 방향으로 가다보면 양산, 덕계를 지나 울산으로 향하게 되는데, 7번국도를 따라 덕계 방향으ㄹ 가다보면 아주 큰 표지판을 본 적이 있다.“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AH6(한국 중국 카자흐스탄 러시아) 라는 표지판이다. 아시안 하이웨이가 언젠가는 전 구간이 개통되어 부산에서 러시아까지 육로가 갈 수 있는 날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실제 차량이 운행되는 국도에서 엄청나게 크기까지한 저 표지판을 봤을 때의 느낌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진짜 그 목적지에 갈 수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내가 지금 가는 이 길이 저 먼곳까지 이어져있다는 생각을 하면 바로 내 눈 앞의 길이 또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가끔 친구가 기장이나 일광 바다 나들이를 다녀오고서는 주말에 어디갔다 왔냐고 하면 “태평양보러 갔다왔어”라고 할때가 있다. 서로 웃으면서 그렇지 그렇지 부산 앞바다가 태평양이고 말고.


부산의 앞바다는 남해일까 동해일까  당연히 남해도 맞고 동해도 맞다. 그러면 어디까지가 동해이고 어디까지가 남해인가 그 경계에 대한 답은 일치하지 않는다. 혹자는 영도에 있는 태종대가 그 기점이라고도 하고 오륙도에 가면 동해의 시작지점이라는 표지판이 있다고도 하고 해운대 해월정이라고도 한다. 검색을 해보니 정부 기관마다 다 다르게 본다고도 한다. 하긴 어디까지를 남해라고 봐야하는지가 그리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부산은 남해와 동해를 모두 아우르는 긴 해안선을 가진 도시라는 사실, 그리고 부산 동부 해안에서 저 멀리 보이는 바다는 광활한 태평양과 또 이어져있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내가 아는 지인 중에 가장 부자인 한 언니가 여러해 전 국회의원 총선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내건 정당에 투표를 했다는 이야기를 해서 놀랐다. 그 언니는 직업을 가져 본 적이 없는 전업주부였고 역세권에 넓은 저택(?)을 자가로 소유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 정당에 투표하게 된 이유를 말해주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막 취업한 자신의 딸이 좀더 나은 노동환경에서 일할 수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아,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나는 그때까지는 아이가 아직 학생이고, 입시가 가장 당면한 일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부산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사실 최근의 일이다. 애정은커녕 관심도 크지 않았다. 너무나 익숙해서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사람일이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딸이 앞으로 이 도시에게 계속 살아가게 될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달라졌다. 이 도시가 젊은이들이 살기 좋고 그 젊은이들의 아이들이 또 잘 살아갈 수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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