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읍성 1

최고의 산책길

by 연분홍

친구와 동래구청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점심을 먹을까 했는데, 날씨가 너무 좋으니 카페 대신에 동래읍성 산책을 하기로 했다.


새로 지어진 동래구청을 보면서, “와~ 좋다!”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으리으리한 새 구청을 보니 이곳이 바로 오랜 부산의 중심이었음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자, 동래읍성을 찾아가 보자.

작년에 “오십 대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공저에서 ‘살고 있는 동네에서도 모험은 가능하다’는 모토로 내가 살고 있는 부산을 여행하는 이야기를 썼다. 오늘은 바로 이웃 동네 “동래”에 온 것이다.


우리는 둘 다 동래읍성을 처음 오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동래읍성 축제에 아이들과 왔었지. 하지만 주변에는 새 아파트들도 많이 생기고 어쨌든 동네가 변했다.

우리의 코스는 동래구청에서 내성지구대를 지나 동래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사이로 난 길에서 시작했다.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지도에 나오지 않았다. 지도에 난 길을 따라가려고 하니, 친구가 “저 쪽으로 가도 될 것 같아”라고 했다. 지나가는 어르신께 동래읍성을 가려고 하는데 여기로도 길이 있나요?라고 물었더니 어르신은 대답대신 자신을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건지, 두 아파트 사이에 난 길에 있는 건지 경계를 정확하게 말할 수없이, 우리는 어르신을 따라갔다. 오! 제법 가파른 오르막과 성벽길이 있었다.

어르신은 우리에게 “동래읍성에 대해서는 좀 알고 오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우리의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어르신은 마치 우리가 오늘 이곳을 올 것을 알고 미리 준비한 동래읍성 역사해설사처럼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르신과 함께 읍성을 내내 둘러봐야 하나 속으로 살짝 걱정했는데, 동래에 대한 이야기만 남기고 순식간에 사라지셨다. 동래읍성 요정이신가? 신령?)


어르신 말씀을 녹음이라도 해 놓을 걸 그랬나 (이건 팩트 확인 안 된 어르신 피셜입니다^^)

우선 기억나는 몇 가지만 급하게 메모한다.

명아주- 동래의 “래”는 명아주 래인데 이 읍성은 북쪽을 막아 둔 거라서 늘 따뜻해서 명아주가 잘 자라는 곳이었다 고 했고, 명아주는 진시황이 찾던 불로초가 명아주였다. 영도 봉래산의 “래”도 바로 이 명아주 래를 쓴다.

동래는 명실상부한 조선의 최전방이었다는 말씀도 하셨다. 임진왜란 때 조선에 들어온 왜군은 조선인뿐만 아니라 이곳에 살고 있던 모든 생명들- 쥐까지 다 살상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그리고 북장대와 인생문 이야기도 하셨는데...

동래읍성이야기는 허정백 선생님의 “교실에서 못다 한 부산이야기”에 잘 나와있다.

오늘 동래읍성을 오랜만에 가 보고 나니, 책을 제대로 읽고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읍성 성벽을 따라 오르다 보니 동래와 건너 황령산까지 한눈에 보였다.

강아지와 함께 산책 온 사람들도 많았다.

오전 일찍 만나서 점심을 먹고 헤어지는 일정이라 우리는 동래읍성 전부를 다 돌아보지는 못했다. 검색해서 보니 동래읍성 진입하는 곳이 두 곳이 있는데 예전에 나는 동래문화회관 쪽으로만 와 본 기억이 난다. 그때는 읍성축제 때문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된 읍성을 보지 못했던 것 같고, 또 한 번은 걷기 모임 하는 이들과 밤산책으로 보름달을 보러 와서 그때 역시 제대로 못 봤다.

오늘 바람도 없고 화창하고 맑은 봄날에 읍성 성곽을 따라 걷다 보니 이곳에 다시 와보고 싶어졌다. 맨발 황톳길도 있고 편백나무 숲도 있었다. 좀 더 느긋하고 길게 와서 전체를 다 걸어야겠다. 교실에서 못다 한 부산이야기에 실려있는 대로, 산지지역과 평지지역을 나눠서 갈 계획이다. 최고의 산책길이 확실하다.

안 가본 길로 가보자, 살고 있는 곳에서도 모험은 가능하다.

(우리 집에서 버스 타고 20분만 가면 갈 수 있는 곳에 동래읍성이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