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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민 Mar 12. 2017

장미 침대

교실의 아이들이 찍은 사진 한 장 -6-

초등학교 4학년 지영이가 찍은 '장미침대' -2014년작-


귀여운 양 한 마리가 장미꽃 위에 '포옥~'하고 빠져있다. 이불속 가장 깊은 자리에 자리 잡은 듯 장미 꽃잎 깊숙이 파묻혀 미소 짓고 있는 이 양은 3년 전 초등학생 4학년이었던 지영이가 '단빛' 사진 수업 때 들고 온 동물 스티커이다. 지영이는 이 사진의 제목을 '장미 침대'라고 지었다.


나는 연출 사진을 구성하는 기획력과 아이디어가 뛰어나지 못하여 아이들에게 연출사진을 구상하는 방법과 촬영법에 대하여 특별한 지도를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정말 누가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지영이는 동물 스티커를 가지고 놀면서 이 사진을 찍었다. 나를 비롯한 단빛 지도교사들은 지영이의 사진 감각과 창의력에 극찬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 지영이가 단빛에서 감각적이고 색다른 사진을 보여줄 것이라 많이 기대를 하였다.

기대대로 지영이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년 단빛 전시회에서 독특한 시선이 담긴 지영이만의 감각적인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그리고 지영이의 사진은 3년 전처럼 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노곤한 몸을 푹신한 침대 위로 던져버리고 싶다.  이왕이면 따뜻한 물로 샤워도 하고 맥주도 딱 한 캔만 먹은 상태라면 더 좋겠다. 포근한 이불의 따뜻한 온기가 날 감싸고 졸음이 살짝 다가온다. 그래도 바로 눈 감지는 않고 잠시 허공을 바라다본다. 오늘의 피로는 이 순간으로 모두 위로가 된다. 기분 좋은 따스한 표정을 지을 것 같다. 별 것 아닌데도.


바쁜 일상에서 소박한 행복은 무엇인지 '장미 침대'에 누워있는 양이 미소 지으며 당신에게도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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