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의 아이들이 찍은 사진 한 장 -5-
일교차가 커지기 시작하는 시기에 접어들면 많은 사진가들이 새벽부터 단양 도담삼봉으로 향한다. 도담삼봉 뒤로 태양이 떠오르면서 함께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도담삼봉의 일출을 더욱 극적으로 연출해주기 때문이다. 우리 '단빛'아이들도 도담삼봉의 극적인 일출 모습을 담기 위해 새벽부터 도담삼봉으로 향했다.
도담삼봉 뒤에서 천천히 얼굴을 내민 태양은 '단빛'아이들에게 웅장한 풍경을 선사해주었다. 아이들은 도담삼봉의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아이들 카메라에 담긴 도담삼봉의 모습은 내가 보아왔던 잘 찍은 도담삼봉 사진과도 별반 다를 게 없을 만큼 구성이 좋았다.
하지만 '단빛'전시회 때 아이들이 찍은 도담삼봉 일출 사진은 전시할 수 없었다. 모두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촬영하였기에 사진이 중복 되었고 일출 촬영법을 배우기 위해 기존 사진을 따라 찍은 사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날 도담삼봉에서 서연이가 찍은 '꽃의 낮잠'은 자신만의 시선을 고스란히 담은 사진이었다. 떨어진 벚꽃과 그 위로 내리쬐는 햇살이 봄날의 따스함을 느껴지게 해주는 사진이었다. 우리가 도담삼봉 일출의 웅장함에 집중하고 있었을 때 서연이는 그렇게 봄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어떤 시기에만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있다. 그리고 그 사진에는 그 시절 그 사람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서연이의 중학생 시절 소녀감성은 이렇게 햇살 아래 꽃과 함께 따스한 봄으로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