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삼릉
10대 시절인 초등학교 5학년 때 소나무를 주제로 동시를 썼었다
그 내용이 지금은 모두 기억나지 않지만 그 동시의 마지막 행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이렇게 썼었다.
'소나무, 나 듬직하다고 솔방울 하나 떨어뜨린다'
선생님은 잘 썼다고 칭찬해주셨고 칭찬에 약한 난 20년 넘은 지금까지도 그 동시의 마지막 행을
기억 속에 고이 간직해두고 있다.
생활지도에 서툴렀던 20대 초임 교사 시절에는 날 너무도 힘들게 했던 한 학생이 있었다.
출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그 아이를 오늘은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한 부담감에 마음이 무거웠었다.
'반에 그 아이만 없었으면...'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 시절에 만났던 시가 황지우 시인의 <소나무에 대한 예배>라는 시였다.
난 그때 이 시를 읽으며 마음을 다스렸었고 책갈피로 만들어서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
-소나무에 대한 예배- <황지우>
학교 뒷산 산책하다. 반성하는 자세로,
눈발을 뒤집어쓴 소나무, 그 아래에서
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
내려왔다. 내가 내 품격을 위해서
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것이
나를 이렇게 휘어지게 할지라도.
제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이 地表 위에서 가장 기품 있는
建木; 소나무, 머리에 눈을 털며
잠시 진저리친다.
지난주 소나무 숲으로 유명한 경주 삼릉에 다녀왔다.
하늘로 쭉쭉 뻗은 소나무도 멋있었지만 뒤틀리듯 구불구불하면서도 끝내 하늘로 향하는 소나무들에 눈길이 갔다. 어디로 휘어질지 모르는 인생의 길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음을 소나무가 전 생애를 통해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그 세월을 담았고 30대 중반을 지나는 지금 소나무 같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019.08.25 경주 삼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