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인도 라다크 '레' 여행-9 판공초 메락 마을
메락 마을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도 마을 뒷산에 오르는 것은 조금 미뤄두었습니다.
그곳에 오르면 마을 풍경을 한눈에 내다볼 수 있을 것 같았기에 감동을 조금 뒤로 아껴두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판공초의 석양을 멀그러미 바라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어 해질 무렵에 뒷산을 오르기로 하였습니다.
산에 오르기 전까지는 여유롭게 마을을 돌아다니고 쉬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숙소에서 점심을 먹고 낮잠도 조금 자고 오후 4시쯤부터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메락 마을은 기본적으로 해발 3500m가 넘는 고산지대라서 산을 조금만 올라가도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습니다. 200m 높이 정도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마을 뒷산이었지만 그래도 산은 욕심내서 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심장에서부터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스무 발자국 오르고 앉아서 한참을 쉬고 다시 스무 발자국 오르고 앉아서 한참을 쉬며 천천히 정상을 향했습니다. 내 심장은 쿵쾅쿵쾅 요동치는데 마을 너머 보이는 판공초의 풍경은 너무 평화롭게 고요하였습니다. 바람에 따라 , 물결에 따라, 햇살에 따라 차분하게 변해가는 판공초의 푸르름은 요동치는 제 심장을 천천히 진정시켜주었습니다.
산의 정상에는 곰파가 하나 세워져 있었고 그 주위로 오색 깃발과 큰 깃발 하나가 걸려있었습니다. 깃발에 담긴 이곳 사람들의 염원이 판공초의 바람과 함께 하늘을 향해 휘날렸습니다. 판공초에서 부는 바람과 이곳 사람들이 염원하는 바람 그리고 제 귀를 두드리는 여기 바람소리까지 함께 담고 싶었습니다. 큰 깃발(다르촉)을 앞에 두고 판공초를 배경으로 바람이 카메라에 담길 때까지 계속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해발 3500m 위에 있는 메락 마을의 산에까지 올랐으니 제 두발로는 하늘 가장 가까이 오른 것이었습니다. 정상에서 하늘을 향해 더 뛰어오르며 제 생에 하늘 가장 가까이에 다다른 순간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해는 서서히 저물기 시작하였습니다. 판공초의 하늘은 서서히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산 정상에 오르는 것을 아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