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바이마르에 왔다면 가장 먼저 와야할 곳

독일 바이마르(Weimar) 국립극장 앞, 괴테와 실러 동상

by 나흐클랑

독일 어디에 가도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두 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괴테와 실러입니다. 두 사람은 격동하는 18세기 중반, 독일의 문학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작가들이죠. 그래서인지 독일 어느 도시를 가도 어떻게든 두 사람과의 접점을 만드려는 시도를 찾을 수 있어요.


예컨대, 괴테나 실러의 이름이 붙은 길(Straße)이 없는 도시가 있을까요? 하다못해 그들이 잠깐 방문한 곳이라도 어떻게든 찾아내서, 꼭 명패 하나라도 붙여놓을거예요. 두 사람은 독일에서 그런 존재입니다.


괴테와 실러, 독일이 사랑하는 두 작가.

그런데 여기는 '진짜'입니다. 괴테가 이곳에서 고작 26살의 나이로 행정을 시작했고, 이후로도 죽을 때까지 거주하며 여러 활동을 왕성하게 했던 곳. 여기저기 적을 옮기며 생계를 유지하던 실러가 비로소 작가로 인정받아 귀족까지 된 곳. 독일 중부의 문화도시, 바이마르(Weimar, 독일어 발음으로는 '바이마-'에 더 가깝습니다)입니다. 괜히 국립극장 앞에 두 사람이 같이 선 동상이 있는게 아니죠.


1774년, 25살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발표한 괴테는 단숨에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됩니다. 당시 작센바이마르 공국을 다스리던 아우구스트 공작은 그런 괴테를 얼른 낚아채서 공무원으로 채용했죠. 당시 정치·행정 경험이 전무했던 괴테의 파격 채용에 내각의 반발이 심했다고 하는데, 막상 일을 시켜보니 제법 유능했던 모양이에요. 문화적으로도 능력을 발휘해서, 아우구스투스 공작의 어머니 이름을 딴 '안나 아말리아 공작부인 도서관'의 관장을 맡기도 했다네요.



바이마르 국립극장 앞에는 두 사람이 함께 선 동상이 있다.

슈트트가르트, 만하임, 프랑크푸르트 등 여러 도시를 돌아다닌 실러는 말하자면 '생계형 작가'였어요. 그나마 예나 대학에서 역사학 교수로 재직하기 시작하면서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죠. 게다가 예나와 바이마르는 완전 옆동네인지라, 괴테와도 만날 수 있었고요. 그는 자신보다 10살 많은 대스타 괴테 선배를 늘 동경했는데, 그와 친해지고 나서는 아예 바이마르로 거주지를 옮겼죠. 그 때부터 작가로서도 잘 풀리기 시작했고요.


바이마르, 이 정도면 오늘날까지 괴테랑 실러 좀 우려먹어도 인정해줄 만 하죠?


독일에 세 개 뿐인 'Nationaltheater' 중 하나.

게다가 이 극장도 특별해요. 뭐, 독일은 웬만한 도시마다 극장 하나씩은 있지 않냐고요? 하지만 이름에 정식으로 '국립극장(Nationaltheater)'이라는 명칭이 붙은 극장은 독일 전국을 뒤져봐도 딱 세 곳 밖에 없어요. 남서쪽의 만하임(Manheim), 바이에른 남부의 뮌헨(München), 그리고 바로 여기, 독일의 심장부에 위치한 바이마르죠.


사실 독일은 조금 특이하게,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중앙화된 '국립 극장' 개념이 없어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공식적인 공공극장'이라고 하면 보통 'Staatstheater'라고 하죠. 연방주(Bundesland)가 재정적으로 책임지고 운영하는, 굳이 따지자면 '주립극장'인거예요. 하지만 독일은 연방제 국가이니, 각각의 '주'가 곧 전체 연방을 이루는 '개별 국가'라고도 할 수 있겠죠. 따라서 보통 'Staats-'라는 이름이 붙은 극장이나 오케스트라를 '국립-000'으로 통칭하는거예요.


그렇다면 연방을 통틀어 세 개 뿐이라는 Nationaltheater는 도대체 뭘까요? 특정 도시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극장이 Nationaltheater라는 이름을 갖는다고 해요. 예를 들어, 만하임 극장은 1782년 실러의 <도적>을 초연했던 장소죠. 바이마르 극장은 독일의 올타임 레전드(?) 괴테가 26년간 감독을 맡은 곳이니 말할 것도 없고요.


게다가 이 극장은 바이마르 공화국을 탄생시킨 역사적 장소이기도 해요. 1919년, 현대 선거의 4대 원칙(보통/평등/직접/비밀)을 모두 지켜 선출된 국민의회가 바로 이 곳에서 회의를 열고 헌법을 제정했거든요.


극장 정면에서 인증샷을 찍으면 예쁘게 나온다.
극장 근처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그러니 바이마르에 방문한다면 바로 여기, 국립극장(Deutshces Nationaltheater Weimar) 앞에서 두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시작하기를 추천해요. 까짓거 기념사진도 한 번 찍자고요. 두 사람은 누가 뭐래도, 명실상부 이 도시의 문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사람들이니까요. 극장을 중심으로 넓게 펼쳐진 광장에서 여유를 만끽하는 것도 좋겠죠. 날씨가 좋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의자를 차지하고 있을 테니, 좋은 자리를 얻고 싶으면 주위를 유심히 살펴봐도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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