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바흐, 그리고 소시지

독일 바이마르 마크트플라츠(Marktplatz Weimar)

by 나흐클랑

독일을 여행하다보면, 아니 유럽을 돌아다니다 보면 꼭 가게 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광장(Platz)'인데요. 독일에서는 '마크트플라츠(Marktplatz)'라고 불리는 곳이 보통 그 도시의 가장 중심부라고 볼 수 있어요. 혹은 지금은 아니어도, 과거에 중심부였던, 이른바 '구시가지'인 경우도 있고요.


바이마르 마크트플라츠(Weimar Marktplatz)

때문에 마크트플라츠에는 통상 시청사(Rathaus)가 있기 마련입니다. 구시청사든, 신시청사든 말이죠. 혹은 근처에 큰 교회나 성당, 그밖에 랜드마크가 될 만한 건물이 있기도 하고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장(Markt)'의 기능을 하는 곳이기도 하죠.


'검은 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귀여운 곰 그림을 그려놓은 식당.
마크트플라츠 주변을 감싼 건물들을 보고 있자면 디자인에 눈길이 가는 경우가 많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이 마크트플라츠라는게 사실 어느 순간부터는 방문할 때의 감흥이 살짝 떨어지기도 해요. 왜냐하면 독일 어느 도시를 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죠. 마차 시대에나 사용했을 법한 돌바닥, '유럽 느낌' 나는 벽채의 건물들, 시청 건물에 달린 깃발, 어쩐지 비쌀 것만 같은 1층의 레스토랑들... 그리고 때마다 열리는 작은 페스티벌까지. 어쩌면 마크트플라츠는 여행을 다니면 다닐수록 그냥 '아는 맛'이 돼버리는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다 보니 여기로 왔다'라고 할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마크트플라츠를 갑니다. 아는 맛이어도, 결국 "역시 비슷했네"라고 중얼거리게 되더라도, 발은 어느새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하고 있어요. 혹시 유럽의 모든 도시는 다 그런 게 아닐까요? '이쪽으로 걷다 보면 어련히 뭔가 나올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길을 선택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크트플라츠에 도착하게 되는 거죠.


그렇게 오늘도 사람들은 마크트플라츠에 모입니다. 단지 관광객뿐만 아니라,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요.


3단 케이크(?)의 맨 위, 종탑 부분의 디자인이 참 예쁘죠.

바이마르의 마크트플라츠 역시, 언뜻 보면 크게 특별할 건 없어요. 물론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오는 시청사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예쁘죠. 3단 케이크 모양 같기도 하고요. 바이마르의 역사가 긴 만큼 이 시청사의 역사도 길죠. 현재 위치에 '시청'이라는 건물이 처음 생긴 건 1396년부터였으니까요. 물론 여러 번의 화재로 다시 짓기를 반복해, 지금의 건물은 1841년 재건됐다고 하네요. 그래도 280여년이나 자리를 지켰으니, 꽤 대단한 건물 아닐까요?


시청사 앞은 참 묘한 공간입니다. 시청, 이라고 하면 이름부터가 굉장히 공식적인 느낌이니, 사람냄새 나는 그림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죠. 그런데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아요. 시청 앞은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이 모여들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즐거움과 무료함, 설렘과 차분함, 열정과 휴식... 서로 상반된 온도의 물성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묘한 공기가 이 곳에 감돌죠. 그렇게 생겨난 온도는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아 머물기 좋게 만드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끝내,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하겠지요.


놓치기가 쉽지 않은 이스터에그.

그래도 이왕 바이마르의 마크트플라츠를 찾아오셨다면, 숨겨진 이스터에그는 하나 찾고 가세요. 사실 이스터에그라고 할 것도 없는게, 눈썰미 좋은 분들은 금방 찾아내실 수 있을 거예요. 여행안내소 건물 2층, 가운데 창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보는 바흐를 말이죠.


유명한 피규어 장난감 플레이모빌(Playmobil)을 아시나요? 이제는 한국에도 대중화돼서 꽤나 많이 팔리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 플레이모빌은 튀링엔 주 출신의 장난감 디자이너 한스 베크(Hans Beck)가 처음 개발했답니다. 그래서 튀링엔 주에서는 그를 기념하기 위해 '튀링엔 특별판 피규어' 3종을 제작하기도 했어요. 괴테, 실러, 그리고 바흐 세 사람의 피규어를 말이죠.


사실 이 분수 역시 바이마르에서 가장 오래된 분수라고.

그런데 왜 괴테나 실러가 아닌, 바흐가 저기 서 있을까요? 지난번에는 바이마르가 자랑하는 두 문인, 괴테와 실러에 대해서 잠깐 설명을 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사실 '음악의 아버지' 바흐 역시 바이마르와 인연이 있어요. 그는 젊은 시절 작센-바이마르 공국의 궁정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했거든요. 1708년부터 1717년까지 바이마르에 머무르면서 자신의 작곡 기법을 정리하고, 오르간 음악과 칸타타를 작곡했다고 하죠.


비록 훗날 베테랑이 된 바흐는 라이프치히에서 더 많은 활동을 이어가게 되지만, 바이마르 역시 열정 가득했을 그의 청년기를 떠올려볼 수 있는 곳 아닐까요.


튀링어(Thüringer 또는 Thür.)라고 적힌 글씨를 본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 것

떠나기 전에 하나 더. 만약 부어스트(Wurst; 소시지)를 팔고 있는 트럭이 보인다면 주저하지 말고 하나 사드세요. 물론 마트에서 사서 직접 구워먹는 것 보다야 비싸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결국 어디서도 못 먹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특히 바이마르가 속한 튀링엔 주는 소시지가 맛있기로 유명한 동네에요. '튀링엔 부어스트'라고 하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거릴 만한 '소시지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죠. 오죽하면 독일 사람들 사이에서도 "소시지는 위로 갈수록 맛있고(튀링엔), 맥주는 아래로 갈수록 맛있다(바이에른)"라는 말이 있을까요. 물론 개인 취향에 따라 맛의 호불호는 나뉠 수 있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맛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길거리 음식과 달리 맛의 편차가 제일 적은 음식이기도 하고요.


이제 어디로 가 볼까요?

이제 마크트플라츠를 떠나 또 다른 곳으로 가 봐야죠. 언제 도착했냐는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요. 시간이 별로 없다면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겠지만, 좀 여유를 갖고 방문한 여행자라면 도시의 더 깊은 속살까지 보러 갈 수도 있겠죠. 마크트플라츠는 그마저도 다 가능하게 해 줘요. 어느 방향으로든 나갈 수 있는 길이 뚫려있으니까요. 다음은 어디로 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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