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그 후
아이와 함께 피아노를 배우기 위해 피아노 뚜껑을 열었다.
피아노 한쪽에 붙여있던 사장님의 연락처,
[@@피아노사 강## , 피아노 조율 02-xxx-xxxx]
핸드폰도 없던 시절, 가게의 전화번호만 적혀있던 판매자의 스티커
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길게 이어졌다.
정말 받을까, 30년된 전화번호를 아직 사용하고 있을까? 이 전화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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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받았다. 가슴이 뛰었다. 30년의 시간을 통과해서 응답이 왔다.
"혹시 거기 @@ 피아노사인가요? 강 ## 님 계신가요?"
상대는 담담하게 짧지만, 어리둥절하며 대답했다.
"네 피아노사 맞습니다. 제가 강 ##입니다만, 이 번호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90년도에 사장님께 피아노를 샀거든요. 국민학교때요. 근데 아직 이 번호로 가지고 계시네요.
제 피아노 조율 부탁하려고 전화드렸어요."
"아 그래요? 하하 반갑네요. 90년이라구요?? 간혹 이 번호로 연락하는 분들이 있어요. 너무 반갑지요. 고맙습니다, 연락주셔서. 조율 언제 가면 될까요?"
30년의 시간이 무색하게 전화한 그날 오후에 바로 오셨다.
초로의 노신사가 되셔서.. 흰머리가 가득한 70은 넘어보이는 노신사는 오래전에 판매한 피아노를 마주한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하셨다.
"이걸 국민학교때 사셨다고요? 살던 곳이 어디였죠?" 내 얼굴과 피아노를 번갈아보면 미소를 지으셨다..
아주 오래전 한번 뵈었던 사장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엄마와 가격 흥정을 하던 사장님의 얼굴이였다.
"다시 피아노를 치신다니 정말 잘 생각하신겁니다. 아이한테도 가르친다니 정말 잘하셨어요. 난 아직도 피아노를 칩니다. 그리고 XX구 시립극단에서 바이올린을 켜고 있어요. 음악은 좋은거에요."
사장님은 3시간에 걸쳐 조율을 마치신후에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을 쳐주셨다.
음악은 좋은것이다. 아름다웠다. 오래전 피아노는 깊고 맑은 소리를 내주었다. 피아노 한음 한음이 천천히 스며들었다. 노신사 조율사의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처럼 나와 아이에게도 음악이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다. 내게는 보물 같은 오래된 피아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