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번째 다른나라, 캐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본 나라가 캐나다였다. 기내식을 두 번 먹고 영화 한 편을 보고 잠을 자다 깨도 도착하지 않았던 곳. 이렇게 오래 비행기를 타야 도착하는 곳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세상이 넓다는 걸 몸소 느끼게 해준 곳.
밴쿠버 공항에 도착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고 비행기가 선회를 하기 위해 기체를 돌렸을 때 태평양 바다위에 가득 올려진 목재들이 보였다. 통나무가 바다위에 가득 채워 있었고 비행기는 활주로로 들어섰다. 바다위에 둥둥 떠서 줄 맞춰 내려가던 통나무 더미들과 그 위로 흐르는 찬란한 정오의 태양. 내가 접한 캐나다에 대한 첫 인상. 활기차고 신선한 풍경이였다. 그렇게 10시간여만에 밴쿠버공항에 도착했다.
여행 3일째 되던 날 로키산맥국립공원을 갔다. 그곳에 대한 사전 정보도 없었다. 그때까지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놀랐던 건 제주도 성산일출봉을 처음 봤을 때 정도였다. 밴쿠버에서 캘거리로 가는 비행기에서, 설산이 솟아 있고 그 사이에 보석처럼 빛나는 호수가 박혀 있는걸 봤다. 여행을 소개하는 달력에서나 본 듯한 에메랄드 호수를 처음으로 마주했다. 레이크 루이스는 내가 로키산맥에서 처음 마주한 호수다. 버스에서 내려서 호수를 향해 걸어가는데 페어몬트 레이크 루이스 호텔을 마주보고 걸어가는 십여분 동안 멀리 설산이 보이고 호텔 앞에는 초록빛 잔디와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있었다. 레이크 루이스로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는데 반짝이는 호수물결이 살랑살랑 흘렀고 빛이 났다.
반짝이는 호수의 빛깔을 보는데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방금까지 현실에 있었는데 호수 앞에 섰을 때 꿈 속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여행을 다녀온후에 유키 구라모토의 ‘레이크루이스’ 피아노 곡을 알게 됐다. 이런 호수를 보면 영감이 떠오르지.. 만년설에서 녹아내린 호수물과 고풍스런 호텔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어린 시절에 ‘클리프 행어’라는 영화를 봤는데, 오프닝이 압권이라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첫 장면이 아주 높은 쌍둥이 봉우리 위에서 실버스타 스텔론이 친구의 여자친구를 구조하는 씬인데 CG인줄 알았던 그 장면이 로키산맥에서 실제로 촬영했다고 한다. 밴프 국립공원안에 그 산이 그대로 있다. 어마어마하게 높은 두개의 봉우리가 쌍둥이처럼 서있는 풍경을 보면 놀라움이 느껴진다.
눈으로 보고 있는데도 꿈을 꾸는 것 같은 아름다운 자연, 더 멋지고 아름다운 곳을 봐도 처음 캐나다에서 느꼈던 놀라움을 압도하진 못했다. 이십대의 기억은 이렇게 오래도록 영향을 남긴다.
처음 맡아보는 신선한 공기와 아름다운 설산과 호수를 품은 풍경은 오랫동안 동경으로 남아있었다.
언젠가 다시 캐나다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꿈.
아이의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마지막 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의 오랜 꿈이였던 캐나다에서 살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막연하게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1~2년은 캐나다에서 살고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이가 유치원을 들어가자 매달 몇 십만원씩 적금을 넣으면서 통장에 “캐나다”라고 적어뒀다. 이 적금은 아이와 캐나다 갈 때 사용할 것이라는 꿈의 통장이었다. 언제, 어떻게 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오래전부터 준비했고 돈을 모았었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때 자연스럽게, 아이와 캐나다를 가는 것을 생각했고 아주 빠르게 준비에 들어갔다. 회사업무가 바빴지만 조용하고 신속하게 아이의 유학서류를 신청하고 모았던 돈을 찾고 떠날 준비를 했다. 캐나다행을 마음 먹은지 다섯달 만에 나는 아이와 캐나다로 왔다.
날이 풀리면 나는 아이와 함께 로키산맥을 갈 것이다. 내가 느꼈던 자연의 아름다운과 넓은 세상을 아이와 함께 보고 싶다. 내가 캐나다를 처음 마주 했을 때보다 더 어린 아이는, 나보다 더 많이 느끼고 마음에 큰 산과 호수를 담고 살아갈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