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되기까지

by 나다

수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병원을 한 번 더 찾았다.


수술 후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었고,

그동안 제대로 쉬지 못한 나를 위해

부모님들은 요양을 하고 오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다.

그래서 수술 병원 근처의 요양병원을 알아보러 왔다.


그 날은 친구와 함께였다.

나를 위해 휴가까지 써준 친구.

항상 혼자 오던 병원 길에

누군가 함께 있다는 사살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병원 구경을 하며

잠시나마 놀러 나온 기분이 들었다.

웃고 떠들고,

괜히 이것저것 이야기하며

마음을 가볍게 해보려 애썼다.


예약을 위해 담당의를 만났다.

어떻게 암을 알게 되었냐는 질문을 받았다.


"아.. 점 보다가요. 병원 가보라서 해서요."

"네? 자세히 이야기해봐요."


이야기를 다 들은 선생님은

한참을 웃으셨다.

본인도 그 점집에 한 번 가봐야겠다며.


예약을 마치고

수술 후 입원 시 준비물과 주의사항을 들었다.

그제야 실감이 났다.


'아, 정말 모든 준비가 끝났구나.'

이제 남은 건 수술뿐이었다.



입원 당일 아침,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해주었다.


"엄마 병원 다녀올게. 아빠랑 같이 갔다 올 거야."

"엄마 가지마. 싫어. 안 해."


"엄마 여기 아야해서, 아프지마라~하러 가는 거야.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랑 재밌게 놀고 있으면

엄마 다 낫고 엄청 건강해져서 올꺼야. 알았지?"


"응.. 엄마 아프지마. 엄마 사랑해요."

"엄마도 엄청 사랑해.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지.

우리 이쁜 내 새끼들.."


아이들 선생님들께도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되었다며

잘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다.

죄송하고, 감사했다.


엄마에게도, 시어머니에게도

이것저것 부탁을 드렸다.


한참을 집에서 못 나가다가

"이제 가라"는 말에

겨우 집을 나섰다.


그렇게 남편과 공항으로 향했다.



내가 암이라는 걸 알았던 순간부터

남편도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졌다.


일 때문에, 아이들 때문에

매번 혼자 병원에 가던 나를

어린 아이를 물가에 내놓은 심정으로

수시로 연락하던 사람.


그래서 병원 다니는 길이

조금 덜 외로웠던 것 같다.



입원 수속을 마치고 병실로 들어왔다.

2인실, 바깥쪽이 내 자리였다.


짐을 하나씩 정리했다.

냉찜할 아이스팩을 냉동실에 넣고,

목 고정이 가능한 목 베개를 꺼내고,

빈 캐리어를 침대 밑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잠시 병실 밖으로 나왔다.


환자가 되기 전,

마지막 자유를 즐기러

근처 카페에 갔다.


둘이서 별것 아닌 이야기로 낄낄거리며,

불안을 떨쳐내려 했지만

아이들 생각은 계속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내 수술에 대한 걱정보다는

아이들이 잘 있을지,

별일은 없을지

그 생각이 더 컸다.


마지막 자유를 마치고

입원복으로 갈아입고

주사를 꽂는 순간,

나는 환자가 되었다.


내일 첫 타임. 수술.


진짜로,

정말로,

내일 수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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