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지나지 않아
같은 갑상선 수술을 받은 언니를 만났다.
처음엔 서로 조심스러웠다.
목에 붙은 밴드,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리는 모습,
말보다 앞서는 미소.
괜히 닮아 있었다.
"언제 수술하셨어요?"
그 한마디로 대화가 시작됐다.
언니는 내 수술 며칠 전이었다고 했다.
목소리는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고,
얼굴 붓기도 남아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목을 힐끗 보며
웃었다.
누군가에게
듣는 위로의 말보다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의
"나도 그래요"라는 말이
그렇게 위로가 됐다.
요양은 생각보다 편안했다.
가장 좋았던 건
암 환자들을 위한 힐링 프로그램이었다.
매일 통창 앞에 앉아
밖을 바라보며 족욕을 했다.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조용히 창밖을 보면
그동안 잔뜩 올라와 있던 어깨가
조금씩 내려왔다.
일주일에 한 번은
근처 호수로 산책을 나갔다.
천천히 걷고,
가끔 멈춰 서서 물을 바라보고.
불안한 나에게 차츰 안정감이 찾아왔다.
어느 날은
테라리움을 만들었다.
작은 유리병 안에
흙을 깔고
식물을 심고
자갈을 얹었다.
내 손 안에
작은 숲이 생겼다.
힐링 프로그램을 담당하던 선생님은
참 따뜻한 분이었다.
사랑이 가득한,
목소리도, 눈빛도
늘 따스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은 당연한 거예요."
그 말을
여러 번 해주셨다.
두려움,
걱정,
혹시 모를 재발에 대한 불안,
아이들에게 대한 미안함.
그동안 속으로만 삼키고 있던 말들이
조금씩 밖으로 나왔다.
같은 수술을 한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라는 걸 알게 됐고,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꽉 막혀 있던 마음이
조금씩 풀어졌다.
몸도 마음도 점차 자리를 찾아갔다.
나는 그 곳에서
아픈 사람이 아니라
회복 중인 사람이었다.
그 사실을
조금씩
믿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