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이 까슬하고 향이 깊어 풍미를 아는 자의 선택을 받는다. 독특한 향기를 발산하며 쉬뽑히지 않는근성을 가진생명체. 언젠가나는옥상 텃밭에 뿌리내린 식물을보며 감탄한 적이 있다.철이 지난 깻잎을 제거하려다 혼쭐이 났는데, 잔뿌리가 화분 깊이 파고들어쉽게 꺾이지않았다. 나는 그것을뿌리째 뽑으려다가 나뒹굴러 졌고,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걸그때깨달았다. 생명체의 그위대함앞에 '너의 독특함은여기서비롯됐구나'하며 무릎을 쳤다.
철학자들은대상을살피는동안에 깨우침을 얻는다.자연의 원리를 보며 삶의 이치를 터득하기도 하는데,노자의 '상선약수'도 그중 하나다. 그는인간이 갖춰야 할 덕성을 물에 빗대어 설명했다. 물은 아래로 흐르고, 고정된 실체가 없으며, 조용하고도 꾸준히 흘러 모든 생명체의 이로움을 준다는 것. 이렇듯 우리는 물을 통해 인간이 길러야 할 덕성(겸손함, 유연함, 지속성, 이타심)을배운다. 그러나 배움의 대상은 '물'에 한정돼 있지 않으니, 내 주변의 모든 것이 나의 스승이다.
[ 파브리아노 워터칼라 스케치북, 신한 수채 물감 ]
사람도 마찬가지다. 삶의 고통에서 휘둘리지 않는 힘은 바로 근에 있다. 명리적으로 보면 신강한 자, 자신의 뿌리(지장간)나 형제(친구)를 가져 고통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내공을 가진 경우다. 심리학적으로 본다면 사랑받은자들이가지는 내적 충만함에 비할 수 있다. 삶이 고통과 즐거움의 연속이라면, 인간은 고통의 순간을 잘 견뎌야 하기에, 고난에도 쉽게 쓰러지지 않는 힘이필요하다. 우리는 그 힘으로 일상의 숨은 행복을 발견하고, 미래의희망을 꿈꿀 수 있다.
철학자 니체도 고통에서 벗어날 힘을 내면에서 찾았다. 생명의 본질인 '힘에의 의지'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 즉 자기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통해 현재의 고난과 좌절을 이겨낼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그 의지를 예술의 형태로 발현하길 바라는데, 창작 활동이 삶의 의미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예술을 통해 생명력을 회복하고 허무를 극복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힘에의 의지가 생명의 본질이라면 작고 여린존재에게도해당이 될까. 꽃은 바람에 흔들리며 자라지만 생존방식만큼은제각각이다. 작은 충격에도 쉽게 무너지는 꽃이 있는가 하면, 쉽게 상처받고도 다시 일어서는 꽃도 있다. 잔바람에 흔들리다가도 어느새 허리를 펴는 꽃, 어떠한 고난에도 본질을 잃지 않는 꽃.약한 바람에도 쉬흔들린다는공통점을 갖지만 삶을 버텨내는 힘은각기다르다.
청소년기아이들도이와 같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회복력도 뛰어나다. 반면 자존감이 부족한 아이들은대상관계에서눈치를 보거나 이끌려 다닌다. 그들은 타인의 말에 쉽게 동요되거나 현혹되기도 하는데, 그래서인지 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나 규칙을 이행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자신만의 목표나 희망을 갖지 못한 채 타인에게휩쓸려 다닌다.내면의 허무함을 대상(친구, 물건)이나 행위(수집, 중독)에 집착하기도한다. 이런 경우 작은 목표를 세워 그것을 성취하도록도와야 한다. 자기 긍정을 통해 확신, 믿음, 의지, 신념 등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자존감이 힘이다
자존감은'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는 순간에 얻는힘이다. 자신의 특성을 알고 각자에게맞는 목표를 세워얻은 성취감. 그것이 자존감을 키우는 데 꼭 필요한 에너지다. 타인과 비교하며 실패자로 낙인찍기보다 주어진 조건을 받아들이고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순간에 얻는 자기 긍정. 그것이 거친 세상을 견디게 할 힘이라는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