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강박

[명리 수필: 편관 사용에 관하여]

by 구덕골 이선생


[파브리아노워터칼라, 신한 물감, 모작 과정]


1980년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쌀을 시주하던 스님이 있었다. 불심이 깊었던 어머님은 매년 스님의 방문을 거부하지 않았다. 어느 날 젊은 스님 한 분이 찾아와 목탁을 두드렸고, 어머니는 말없이 쌀을 시주했다. 그는 답례로 나의 생년월일을 물은 뒤, 몸에 큰 흉터가 있냐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내 사주는 탄생 직후 20년간 관성(체제, 규율) 대운으로 흐른다. 그래서인지 외부에서 오는 침입, 자극, 외상 등이 많았다. 나는 두 번의 교통사고로 심적 불안을 안은 채 시절을 보냈는데, 실체 없는 대상에게 원망도 쏟아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그 모든 것은 하늘의 뜻이었다.


십 대에 들어온 편관운은 편인(생각, 철학, 예술)의 예민함을 더욱 자극했다. 그래서일까. 상황 판단력이 빠르고, 대상에 대한 결핍을 빠르게 이해했다. 탄생과 죽음에 대한 호기심, 관계에 대한 고충, 세상에 대한 부정 등의 궁금증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시련을 극복할 기술을 빨리 터득한 것. 무거운 잡념들을 일기로 토해냈고, 견뎌야 산다는 걸 몸소 체득했다.


[파브리아노워터칼라, 신한 물감, 모작 완성]


관성은 정관과 편관으로 나뉜다. 정관은 규제나 틀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힘이다. 집단적 체제에 적응하면서 사회적 안정을 고수하려는 성향이다. 조직 안에서 주류로 살기 위해 상황을 분석하는 힘이 좋다. 상사의 기분을 맞추고 모범적인 태도를 보이니, 경쟁적 상황에서 유리한 지점을 차지할 수 있다. 반면 편관은 힘으로 다스리는 질서로, 자신뿐 아니라 주변인들을 통제하려는 마음이다. 어떠한 조건이든 희생ㆍ통제하려는 마음 때문에 강박과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관성은 사주에서 말하는 관(벼슬 관)으로 벼슬, 규율, 법칙과 관련된 기운이다. 사회 질서가 중시되던 과거에는 매우 중요하게 여긴 십성이었다. 입신양명을 중시하던 시절, 관성(정관, 편관) 가진 남자는 최고의 신랑감이었고, 현재에도 정관은 직업, 승진, 출세 등의 길성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편관 기운은 어떨까. 편관 사용자는 통제된 상황을 선호한다. 가령 학교 선생님의 경우라면 학생들이 얌전히 앉아 자신을 따라주길 바랄 것이다. 그들은 통제되지 않은 상황을 싫어하고, 체면이 구겨지는 걸 못 견딘다. 반면 학생의 경우라면 소란스러운 교실이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끝까지 참고 견딘다. 공부 자체가 재밌기보다 규칙을 따라야 하는 의무감 때문이다.


[파브리아노워터칼라, 신한 물감, 모작 완성]


최근 나는 센터 수업을 듣다 이틀 만에 포기한 적이 있다. 다소 소란스러운 분위기와 통제되지 않은 상황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걸 견디는 과정에서 생길 스트레스가 염려된 것인데, 단호한 나의 행동에 놀란 지인이 한 마디 건넨다.


"소피 씨, 가만히 보면 은근 예민하고 선이 분명해요"

"네, 맞아요. 정확히 봤어요"

"내 딸도 편관을 쓰는데 피곤할 때가 많거든요"

"통제되지 않은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일 거예요"


결국 편관은 자신과 주변을 통제하면서 주어진 책임을 다하려는 에너지다. 신강한 경우라면 이순신과 같은 영웅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오늘날로 본다면 가족, 사회, 나라를 위해 책임을 다하는 군인, 경찰, 검사, 판사 등의 직업군에 적합하다. 그 외 기업 대표자나 리더들이 가지는 추진력, 통제력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반면 편관은 한쪽으로 치우친 관으로 칠살이라 부를 만큼 까다롭다. 편관은 통제되지 않는 상황을 힘들어하기 때문에 싫든 좋든 모든 걸 끌어안는다. 가령 신약한 사람이 편관운(대운ㆍ세운)을 만나면 통제할 수 없는 상황, 강박적으로 일어나는 잡념들로 자신을 괴롭힌다. 가끔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을 보면 사주 구성상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는데, 과도한 편관에 노출된 경우이다.


또한 개인적 이익에 눈이 멀어 주변 상황에 쉽게 휘둘리는 사람은 선한 기운으로 사용할 수 없다. 내면의 나약함을 통제하기 위해 폭력적인 방식으로 나(상대)를 다루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면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혼자 끙끙 앓다 곪아 터질 것이다. 결국 편관은 강박과 불안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이 다루는 가장 무섭고도 매혹적인 기운이다.


그렇다면 편관의 올바른 사용법은 무엇일까. 식신이다. 자신의 틀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힘이 바로 식신(소통, 표현)이므로, 현실적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자신을 맞출 수 있다. 주어진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아량과 관용을 베푸는 것. 독선이 아닌 변용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또한 인성(공부, 생각)을 이용하여 포악성을 누르고 덕성을 가르치는 교화적 기능으로 사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