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결핍에 이끌리는 법이다. 나는 유독미술에 재능있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어린 시절 한 친구를 만났는데, 그녀를 볼 때마다 질투심이 일었다. 차분한 성격에 그림 실력까지 갖추고 있으니,뭔가 공평치 않다는 생각에 미운 감정까지 들었다.
어린 시절 경험은 삶에큰영향을 미친다. 그래서인지 나의 결핍 창고는그림에 대한 열망으로가득 차있다. 나는 올 가을 '어반스케치 강좌'를 신청했다. 1주일에 한 번 센터를 찾는데, 운 좋게도 열정적인 선생님과 인연이 닿았다. 선 긋기부터 명암 넣기 등 그녀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형상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얼마 전, 벚꽃 풍경그리기를 과제로받았다. 선생님은내 그림을 보며 원근법을 무시한 나무 형상을 지적했다. 건물 뒤로 넘어가는 벚꽃 이미지는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실수라며 머쓱하게 웃었고, 그녀는"실수에서 새로운 것이 탄생하기도 해요. 오히려 그것이 자신만의 개성이 될 수 있어요"라며 응원해 주었다.
남다른 학업 성취에 글쓰기 실력까지 갖춘 남학생이 있다. 완벽주의 성향의 학생이다 보니,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한다. 시대적 상황, 인물 간의 갈등, 주인공의 특성과 관련한 질문에도 주저함이 없다. 형식적인 부분에도 예외는 없다. 띄어쓰기나 문맥에도 특별한 지도가 필요 없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글쓰기기본을 간과할 때가 있다. 바로 '자신만의 해석'이다. 문학 작품을 평론가의 시선에 국한해 볼 필요는 없다. 단지 나의 인식 창구를 넓히는 하나의 참고 자료가될 뿐이다. 수능 문제를 풀 듯 그들의 시선에 집착한다면 내 색깔을 드러낼 수 없다. 작품을 바라보는 나만의 눈을 가지는 게 더 중요하다.
나는 '너다운 걸 찾아라'라는 말을 쉼 없이 한다. 그럴듯한 글을 완성하기보다 나만의 시각이 드러난 진솔한 글을 써야 한다고. 대다수내 말에 호응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끝까지 불평을 늘어놓는 친구들이 있다. 학생들은"선생님, 생각이 안 나는데 어떻게 써요." 라며한숨을 쉰다. 그 순간에 나는 "생각은 나는 게 아니야. 하는거지."라고 답할 때가 많다. 인물과 상황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의문점을 찾다보면 생각의 줄기가 돋아날 거라 설명한다.
나다운 걸 찾자
나는 수년째글을쓰고 있지만, 쓸 때마다부끄럽다. 얼마 전 한 평론가는 "너 매번 그러지 마. 네가 쓴 글은 너만 쓸 수 있는 거야."라며 응원의 말을 건넸다. 그래, 누구든 완벽할 수는 없다. 아쉬움은 더 큰 도약을 향한 원동력이 되어야한다. 나만의 철학으로결핍을 메울때까지 꾸준히 쓰고 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