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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덕골 이선생 Sep 12. 2024

가랑비에 옷 젖는다

김부식<삼국사기> 솔거 편을 보면 연습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어릴 때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였던 솔거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놓지 않았다. 당시 그림 재료는 구하기도 어렵고 스승을 만나기엔 턱없이 가난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단군을 꿈에 본 이후로 1천 폭의 초상화를 그렸고, 그림 의뢰를 받으며 국민 화가로 등극하였다.


연습 벌레인 동시에 집념의 소유자인 그는 고객요구에 맞추기보다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단지 부귀영화를 위해 자신의 재능을 쓰고 싶지 않았다. 얼마 뒤 그는 황룡사 담벼락소나무를 그렸데,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들이 찾아와 앉을 정도였다. 세월이 흘러 옅어진 그림에 누군가 덧칠을 했는데, 그  후로 새들이 날아들지 않았다.


[ 파브리아노 워터칼러 스케치북, 신한 물감 ]

나는 평생 그림에 대한 망을 지우지 못했다. 20대 유화를 시작으로, 30대 민화를, 40대 어반스케치와 수채화로 욕망의 끈을 이어왔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장르에 도전할 때마다 영 낯설다 싶은 건 없었다. 다만 오래 하지 못하는 싫증쟁이라, 고작 6개월 남짓 배우다 손을 놓는다. 이유도 다양했다. 시간이 없어서, 선생님이 나와 맞지 않아서, 회원들과 교류하는 게 힘들어서 등등 그만 둘 이유를 찾았.


그럼에도 수채화는 색다른 묘미가 있다. 쉽게 다가갔 아뿔싸 하고 뒷걸음질 치는 게 수채화 아닌가. 만만하게 볼 게 아니다 싶지, 완성작마다 달라지 색채가 매력적이다. 개강 이후 한 달 이상은 같은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그렸는, 너무 어렵다 싶으면서도 재미가 붙었다.  그림보다 두 번째 그림이 낫고, 그 이상은 더 날 나위 다. 그걸 체험하는 순간 연습의 의미를 깨닫게 다. 꾸준히 연습하면 발전할 거라는 희망, 그것이 원대한 꿈의 시작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쓸수록 는다. 한 땀 한 땀 수놓듯 한 줄 한 줄 새겨 넣다 보면 한 편의 작품이 된다. 나는 학생들에게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비유를 많이 드는데, 1주일에 한 번이면 1년 모아 46편으로 책 한 권의 분량이 다. 글만이 아니다. 모든 것이 그렇다. 반복된 훈련만이 전문성을 높이길이 된다.  오랜 기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달라지는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데, 그 순간에 느끼는 환희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한 학생이 책 읽기보다는 글쓰기가 재밌단다.  5개월 만의 일이다. 왜 그러하냐고 물으니, 자신의 생각을 어렵지 않게 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예전에 비해 글 쓰는 게 힘들지 않고, 어쩔 때는 내가 쓴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괜찮단. 특히 수행평가나 독서감상문을 쓸 때면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는 고백. 매번 결과물이 나올 때면 뿌듯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난 좀 괜찮은 사람'이생각까지 든다. 특별한 존재라는 만족감이 드는 순간, 그것은 희열로 남아 일으키는 힘이 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


오래된 속담에 '가랑비 옷 젖는 줄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 가볍게 내리는 빗줄기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뜻으로, 사소한 일이라도 반복적으로 행하 보면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다.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아 꾸준히 실천한다면 언젠가 성공할 수 있다. 다만 그 일에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수동적인 이끌림이 아닌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노력을 행한다면 목표에 더 빨리 다가갈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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