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운명애를 가진 니체를 사랑한다. 평생 자신의 삶을 끌어안고 좌절과 고통의 구렁텅이 속에서 우뚝섰던 그를 존경한다. 초인을 이상향으로 삼아고뇌와 성찰을 반복했을 그의 삶이 얼마나처절하고도 아름다운가.
자기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의지가 삶을 새롭게 만드는법. 자기를 극복하려는 의지는 생존 본능과는 다르다. 그것은본능적인태도에서벗어나능동적 행위로이어질 때 가능하다. 반성과 성찰을 토대로자신의의지를다지는 삶은인생의 주인으로 살면서 끊임없이 창조의 의지를 불태우는 노력을전제로한다.
[파브리아노 워터칼라 스케치북, 신한 수채 물감]
어반스케치를 배우면서한계가느껴졌다. 이게 비전공자의 비애일까. "색이 탁하다", "명암 구분이 없다"라는 지적은받았지만, 어떻게 붓질해야 할지 막막했다. 스케치에 익숙해졌는데, 이젠 채색이구멍이라니. 공부는끝이 없다. 채색 기법을 익히려 책을 펼치고 유튜브를 열었다. <이기주의 스케치>, <윤코의 어반스케치> 등 전문가의 친절한 설명에 머리를 끄덕여보지만,빈틈을 채워 줄 스승이 없으니발전이 더뎠다.
하는 수 없이 수채화반에 등록했다. 제일 처음 낙엽, 튤립, 해바라기, 동백 등의 꽃그림을 그렸다."참하게 그리네", "선이 곱다", "단정하다" 등선배들의 칭찬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반면선생님은"ㅇㅇ 씨 잘 그렸어요. 그러나 깔끔한 붓터치가아쉬워요. 오히려 이런색들이 라인 안에 갇혀 있지 않도록 연습해야 해요"라며나의 한계를 지적해주셨다. 수채화 그림인데 마치 색연필처럼 선을 넘어가지 않으니, 그것이 한계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역시전문가의 눈은 매섭고도 정확하다.
글쓰기에도 아이들의 성향이 드러난다. 대체로 모범적인 친구들은 선생님의 설계도에 잘 따르는 편이다. 다만 기존 형식에 맞춰 쓰는 경향을보이는데, 독서 감상문을 예로 들어보자. 서두 부분에 작가 소개, 책을 접하게 된 계기, 제목을 보며 떠올린 생각, 주제와 관련된 생각 등의 몇 가지 팁을 안내할 경우가 많다. 방향을 잡지 못해 헤매는 초보자들에게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기존의 방식을 모방하다 보면 자기만의 개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초보자를 위한 팁이 오히려 생각을 가두는 틀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가끔"아이가 논술 수업을 받아서인지 글쓰기에 주저함이 없어요. 그런데 너무 형식에 맞춰 쓰려는 모습을 보여요"라는 푸념을 듣기도 한다.이렇듯형식이나 틀에 고정된 아이들이 있다면, 그동안에 쓴 원고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방법이 좋다. 처음ㆍ중간ㆍ끝의 형식이 하나의 기성품처럼 찍어내는구조에어떤문제점이 있는지짚어줘야 한다. 모든 일이 그렇다.다양한방식을 연구하지 않으면 그 틀에 매몰되기 쉽다. 그럼에도 일정 부분 형식에 맞춰 쓰는 연습은 필요하다. 그래야창초의힘이 생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한계를 넘어서야 미래가 보인다
자기 발전을 위한 첫 단계는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이다.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맹목적으로 달리는 건 미련한 짓이다. 맹목적인 욕망은 좌절과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될 수 있음을알아야 한다. 천천히 자신을 알아가는 순간부터 방법이 보이고 미래가 열리니, 나를 탐구하고 성찰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