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덕골 이선생 Sep 26. 2024

집중력이 성공의 열쇠다

문예지에 계간평을 수록한 지 꼬박 8년이 되었다. 3개월마다 신작 수필분석하는 일인데, 얼마 전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나는 20년간의 문단 생활을 돌이켜보며, 긴 시간 해결하지 못한 과제를 떠올렸. 그것은 오랜 기간 고치지 못한 습관 중 하나로, 마감 직전에 글을 쓰는 아주 고약한 버릇이다. 나는 왜  미련하고 주책없는 짓을 멈추지 못한 걸까.


몇 년 전 연예 프로그램에서 한 영화평론가의 일상을 보여준 적 있다. 자신이 아끼던 피규어가 파손되자 그 화를 주체하지 못한 채 미뤄둔 원고를 마감하는 모습이었다. 남편은 TV 화면과 나를 번갈아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매사 미루는 법이 없는 사람이라 도통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각자 이유는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글을 쓰는 데 필요한 것이 영감이다. 그것은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되는 순간에 나타나는 것으로, 성실함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신을 모시는 무당처럼 그분(뮤즈)이 오시길 기다리곤 다.


[ 파브리아노 워터칼라 스케치북, 신한 수채 물감 ]

수채화 회원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어떤 날은 잘 그려지는데, 어떤 날은 지독히 다는 . 대체로 집중력이 상실될 때 붓을  마음이 불안해진다. 오랜 시간 엉덩이를 붙이고 있다 한들 맘처럼 움직여지지 않는다. 여기저기 산만하게 물감을 묻히고, 손놀림이 느려지는 그런 . 그때는 과감히 붓을 내려놓아야 한다.


반면 시간이 나의 생각을 앞서는 경우가 있다. 깜빡하고 떴을 뿐인데 시간은 가고 화사한 내 앞에 있다. 언제 그렸냐, 어떻게 그렸냐 싶을 만큼 나를 잊고 있던 순간이 . 내가 뭔가를 고 있다는 인식조차 없는 , 3시간이 훌쩍 가도록 종이와 씨름하는 날, 비로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아이들을 지도하는 장소에는 시계가 없다. 시간 체크는 오직 선생이 할 일이고. 너희들은 모든 걸 잊고 미쳐보라는 의도다. 그럼에도 30분 간격으로 시간을 체크하는 학생들이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수업의 따분함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이거나 시간에 맞춰 과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다. 빨리 끝나면 추가 과제를 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다. 눈치를 살살 보며 봉인된 입을 열고 소통의 즐거움을 누리는 넉살 좋은 아이들. 이처럼 주어진 시간을 적극 활용하며 여유롭게 움직이는 다. 하지만 집중력을 발휘할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반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친구들이 있다. 주어진 과제를 빨리 끝내고도 추가 과제를 반기는 아이, 글쓰기 과제를 끝내고 가겠다는 의지를 발휘하는 아이. 정해진 시간에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집념을 보여주는 학생들은 눈빛부터가 다르다. 주변의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신체적 움직임을 최소화한다. 한 가지에 빠져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학생들을 보면 기특한 마음이 차오른다.


집중력이 성공의 열쇠다


어느 날 아들이 시험 결과를 놓고 푸념다.  친구들과 놀러 다니기 바빴던 A가 반에서 1등을 했다는 것. 뭔가 공평치 않다는 기분이 들었다는 말에 마디 거들었다. 공부는 엉덩이 힘이라고 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시간에 비례하는 건 아니다. 얼마나 그 일에 집중했느냐, 얼마나 진심을 다했느냐에 달렸. 분명한 건 집중력이 성공의 열쇠이니 매 순간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자.

이전 03화 조화가 아름다움을 낳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