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 대한 단상

코로나 시대의 골프에 대한 생각

by 원영대

“다음 주 수요일에 한게임 치러 가시죠?"

"더 더워지기 전에 만빵 한번 해야지요? 이번엔 빼면 안 됩니다.”


조그만 사업체를 운영하는 후배 녀석이 오랜만에 연락을 해서 골프를 치러 가자고 했다. 사업하느라 시간이 없어 늦게 골프에 입문한 후배다. 요즘 한참 골프에 재미를 느껴고 있다. 여러 차례 함께 나가자고 제안을 했으나 내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아직 함께 라운딩을 해 보지 못했다. 그의 실력이 궁금하기도 했다.


“연습은 많이 했어? 그나저나 코로나 때문에 조심해야 하지 않아? 골프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도 있는데...”

“아유.. 괜찮아요. 마스크 쓰고, 샤워는 안 하면 되죠..”

“알았어. 잡아봐.”

겨우 승낙을 하고 나니 픽 웃음이 났다. 예전 같으면 술이나 한잔 하자며 연락을 할 텐데 골프를 치자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세월이 많이 변했다.


“형님, 그날 근처에 있는 골프장은 전부 예약이 마감이 되었는데요. 강원도나 충청도 아래 지방을 가야 할 것 같아요.” 조금 처진 목소리로 후배가 다시 전화를 했다.

“그럼 다음에 좋은 날 잡아서 해. 너무 멀리 가면 다음 날 힘들어. 무리하지 말고 다음에 하자.”

“알겠습니다. 다음에는 일찍 잡아서 연락을 드릴게요. 요즘 골프장 부킹 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네요...”

전화를 끊고 골프장 예약 사이트를 들어가 보니 정말 근처의 모든 골프장 예약이 마감이 되었다. 열흘이나 남았는데도 모두 마감이었다. 그나마 남아 있는 건 야간 경기뿐이었다.


우리나라의 골프 사랑은 전 세계인이 인정할 정도로 유별나다. 오죽했으면 스크린 골프라는 새로운 사업이 신기술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겨울에는 스크린 골프 예약마저 어렵다. 전 세계의 골프 인구는 7천만 명 정도이고, 우리나라의 골프 인구는 800만 명으로 추산된다. 20세 이상 성인 인구의 16%가 넘는 수준이다.


박세리 선수 이후 여자 골프 랭킹 1위를 보유한 나라가 우리나라 대한민국이다. LPGA 대회마다 항상 우리나라 선수들이 리더보드의 최상단에 위치를 하고 있다. 그 맛에 밤새워 여자골프 경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제는 LPGA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의 이름이 리더보드에 없으면 서운한 생각마저 든다.


코로나 이전에 우리나라의 골프장 사정은 매우 좋지 않았다. 지방 골프장들은 적자 경영으로 인해 매각이 진행되었거나 파산 절차를 밟는 골프장들이 많았다. 우후죽순으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방 정부에서 골프장 사업권을 허가했고, 이를 빌미로 사업성을 별개로 한 채 골프장 개발만 늘어났다.


하지만 수도권 골프장들이 가격 인하를 하면서 지방 골프장들의 적자 경영은 지속되었고, 파산 위기까지 내몰린 것이다. 그때는 나도 경기권 이외에서 골프를 쳐본 적이 없다. 피곤함을 무릅쓰고 먼 곳까지 골프를 치러 갈 이유가 없었다. 수도권 골프장들도 어려움이 많아 그린피를 인하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골프장 사정이 급 반전하는 계기를 맞았다. 바로 코로나로 인한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외국으로의 여행이 어려워지면서 동남아로 떠났던 골프 인구가 국내로 유턴을 하면서 국내 골프 산업이 호황기를 맞기 시작했다. 부킹이 제법 수월했던 지방 골프장들도 예약하기가 어려워지고, 그린피는 날이 갈수록 올라갔다. 돈을 주고도 골프장을 못 구한다는 말이 골퍼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그럼 골프 안치면 되지. 맞다. 골프를 안치면 된다. 그럼 골프장 예약이 안되든, 그린피가 비싸든 그건 남의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골프는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멀리 떨어져 있던 친구를 십몇 년 만에 만나고, 고마운 일이 있으면 술을 함께 하는 것보다 골프를 함께 치는 것을 더 큰 의미로 생각한다. 골프를 함께 한다는 것은 내가 그의 마음의 범주안에 들어 있다는 표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골프는 부모님이 돌아가시지 않는 이상 절대 취소해서는 안 되는 무언의 룰이 생겼다.



골프는 스포츠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경쟁을 해야 하고 이기는 쾌감을 느껴야 한다. 하지만 골프의 현실은 다소 다른 부분이 있다. 그린피가 높아짐에 따라 직장인들이 골프장을 찾을 수 있는 기회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그들을 주말 골퍼라 부른다. 경험이 중요한 골프 경기에서 주말 골퍼들은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나가는 골프장은 고등학교 시절의 소풍을 즐기듯 하나의 나들이로 생각이 되곤 한다. 자연을 즐기고 소풍 나온 날을 기념하기 위해 비싼 막걸리를 마신다.


어차피 좋은 스코어는 먼 나라의 이야기다. 현실이 이와 같은데 코로나로 인해 그린피가 상승을 하니 주말 골퍼들의 골프장 방문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마음은 필드에 있고 현실은 닫혀 있는 스크린장에 있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것이 아닐지라도 주말 골퍼들이 마음 편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외국과 같이 주말에 반바지 차림으로 손수 카트를 끌고 아들과 함께 골프를 즐기는 상상을 한다. 그런 날이 우리나라에도 현실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해저드에서 악어가 나오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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