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기 어려운 계절이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깊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에어컨을 틀어 놓고 잠을 청해 본다. 그러나 한 달 뒤 나올 관리비 명세서가 무서워 슬그머니 리모컨 스위치를 누른다. 에어컨 소음이 사라지며, 시원했던 나의 행복도 사라진다. 언제 전기세 걱정 안 하고 여름을 지낼 수 있을까. 아마도 살아있는 동안에는 이루지 못할 듯하다. “에고, 이제부터는 어설픈 잠과의 전쟁이네.” 하소연이 길어진다.
창문을 열자 뜨거운 바람이 불어온다. 에어컨을 파는 사람들에게는 이 뜨거운 바람이 고마울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 몸이 아프다. 밤새 이리저리 뒤척이느라 관절 사용이 많았던 것 같다. 핸드폰 시계가 5시를 울린다. 더 자야 하나 고민을 한다.
‘아니다. 일어나자. 습관을 바꿔보자.’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고 침대를 내려와 정수기에서 물 한잔을 마시고는 허리를 편다. 머릿속이 제법 맑아지는 듯 하지만 여전히 하품은 계속된다. 하지만 다시 침대 속으로 들어갈 생각은 나지 않는다. 나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이렇게 새로운 아침의 첫날은 성공적으로 시작되었다.
평소에는 7시까지 아침잠을 자고 20분 만에 준비를 하고 출근을 했다. 가끔 일찍 일어나는 날이면 TV를 켜고 뉴스를 보거나 핸드폰을 보는 정도였다. 상쾌한 아침에 대한 기대가 있을 리 없었다. 회사에 늦지 않으면 성공적인 아침이었다.
어느 날 정유정 작가의 인터뷰를 오디오 북으로 들을 기회가 있었다. 집필한 책이 영화로 만들어져 흥행을 한 유명 작가다. 작가의 인터뷰 내용 중 “작가들은 일정한 루틴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새벽 3시에 일어나서 7시까지 글을 씁니다...(중략)…. 새벽에 글을 쓰면 나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끌어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내게 그 한마디는 가슴을 울리는 말로 다가왔다.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저녁 퇴근 후 지친 몸과 마음으로 무언가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나의 오산이었다. 글을 쓰겠다고 했지만 제대로 된 글이 써지지 않았다. 나를 표현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가끔씩은 몇 줄 쓰지도 못한 채 잠이 들곤 했다. 다음날 후회를 했다. 이러한 나의 일상은 반복이 되었고 무언가 새로운 생활이 필요했다. 정유정 작가의 3시 기상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는 나 자신과 타협을 해야 했다. 아침 5시 기상으로.
아침 5시 기상은 무리였던 것일까. 하루 종일 회사에서 피곤과 싸워야 했다. 회의 시간에 터져 나오는 하품이 민망하기도 했다. 하품 소리가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5시 기상에 대한 마음 가짐은 변함이 없었다. 회사에서 하품으로 인한 민망함보다 이른 아침이 주는 행복이 더 컸다. 내게 이익이 되는 생활을 택했다.
“그냥 더 자. 괜히 회사 가서 피곤해하지 말고.” 아내가 핀잔을 준다.
“아녀. 한번 마음을 먹었으니 해봐야지.” 결의 있게 답을 한다.
하지만 밀려오는 피곤함은 감출 수가 없다.
이른 아침은 내게 오롯이 나만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타인의 감정은 배제한 채 나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배려를 해준다. 그동안 갖지 못했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베란다를 통해 본 아침 세상을 즐긴다. 청소 도구를 들고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는 관리 사무소 근무자, 새벽 출근을 하는 옆 동 아저씨. 그동안 만나 보지 못했던 아침 풍경을 여유롭게 느끼고 바라볼 수 있다. 남들보다 일찍 시작하는 아침이 너무나 행복하고 여유로웠다.
누구나가 다 아침을 즐기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은 늦은 저녁에 많은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 나는 아침의 신선함이 좋다. 어스름한 새벽 분위기와 고요함이 좋다. 아침에는 나만의 감정을 찾을 수 있고, 내가 나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더불어 하루를 일찍 시작함으로써 가질 수 있는 시간은 덤이다. 작은 시작이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 내 삶의 행복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