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모든일은 초보부터 시작한다.
부사관으로 근무를 하고 있는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퇴근 후 막 저녁을 먹은 후였다.
“아빠, 나 숙소 옮겨야 하는데, 부대에서 좀 떨어진 곳이야. 근데 출퇴근 교통편이 없어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 아들은 부대 앞 관사에서 살고 있다. 출퇴근은 걸어서 10분 정도로 버스나 차를 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이번에 새롭게 임관을 한 신입 부사관들을 부대 앞 관사로 배정을 하고 기존 부사관들은 부대에서 떨어진 관사로 이사를 한다고 한다.
“버스나 아니면 부대 사람들과 카풀이 가능한지 좀 더 알아봐.” 답답한 마음에 다른 방도가 있는지 더 알아보라고 했다. 몸은 건장하게 자랐지만 아직은 많은 것을 경험해야 할 나이다. 그래도 군대라는 직업을 선택해 준 것은 부모로서 고마운 일이다. 친구들이 알바 생활을 하고 있는데, 시한부 정규직 공무원이라도 하고 있으니 대견할 따름이었다. 오랜만에 저녁 운동을 하려고 했는데, 아들의 숙소 이사 연락을 받고는 막걸리 한잔으로 불금을 대신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아들의 숙소로 향했다. 파주로 향하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이사 갈 숙소에서 출퇴근할 방법이 없다는 소리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을 것 같았다. 내게도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었다.
아들을 숙소에서 만나 이사할 장소까지 함께 갔다. “우와! 이렇게 대단지야?” 규모가 매우 큰 것에 놀랐다. 주위에 군부대가 많아서인지 독신자 숙소와 기혼자 숙소가 함께 있었다. “근데 교통편이 없어. 여기서 부대 갈라면 택시 타고 가야 돼.” 아들은 계속 대중교통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었다.
차를 멈추고 지나가는 시내버스가 있는지 살펴봤지만 정말 시내버스는 없었다. 먼 길까지 나가야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묵묵히 아들과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그곳에서 부대까지는 4.4Km로 좀 애매한 거리였다. 걸어 다니기에 좀 먼 거리였고, 자전거를 타기에는 부담스러웠다. 나는 자전거를 강력히 추천했으나 군복을 입고 자전거 출퇴근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한다. 은근히 중고차를 한 대 사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여기 사는 부대 사람들은 어떻게 출근해?”
“대부분 자기 차로 출퇴근하지. 거리가 멀어서 차 없으면 힘들어. 그리고 갑자기 비상이라도 걸리면 바로 부대에 들어가야 하니까. 차가 없으면 힘들지.” 내 눈치를 살짝 보는 듯했다.
아들의 목적은 차를 사는 것이었다. 오늘 나에게 왜 차를 사야 하는지에 대해 보여주기 위한 현장 방문이었던 것이다.
“초보인데 운전은 할 수 있겠어?” 조심스럽게 물었다.
“출퇴근만 하는 건데 문제없어. 길도 좋아서 운전하기도 편하고. 조심해서 운전하면 돼.” 아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중고차를 산다고 결정을 한 듯했다.
“생각을 조금 더 해보고 결정하자.” 말과는 다르게 벌써 중고차 시세를 알아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보 운전을 크게 붙이고 운전을 하는 아들 모습에 작은 웃음이 났다.
내가 처음 운전을 시작한 것은 회사 일 때문에 수원으로 파견을 나갔을 때였다. 일을 마치면 수원에서 학교가 있는 서울 상도동까지 운전을 해야 했다. 그리고는 다시 학교에서 부천까지 운전을 하고 집으로 왔다. 처음 운전을 한 차는 현대 프레스토였다. 모든 것이 수동이었다. 기어는 물론이고 창문도 수동이었다. 심지어 한쪽 창문은 고장이 나 있었다.
수원 공장에서 톨게이트까지 가는데 왜 그렇게 차들은 빠르게 달리는지 이마에서 땀이 줄줄 흘렀다. 운전 연습을 할 때는 옆자리에 친구가 있어 다소 위안이 되었는데, 그때는 오로지 혼자 운전을 해야 했다. 고속도로에 올라타서는 제일 바깥 차선에서 느린 속도로 운전을 했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오로지 앞만 보고 운전을 했다.
서울에 도착해서는 사당역을 거쳐서 학교로 가야 했다. 사당역에 버스가 많다는 것을 그때 처음 느꼈다. 몇 번의 빵빵거림과 전조등 세례를 받으며 겨우 학교에 도착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날 수업이 어땠었는지는 기억이 없다. 수업 시간에는 오로지 어떻게 운전을 해서 집에 가야 하는가에만 정신이 집중되어 있었다. 상도동에서 부천까지의 길도 만만치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야간 운전이었다.
다행히 운행을 하면서 시동을 꺼지게 하지는 않았다. 긴 하루였다. 부천, 수원 그리고 서울을 오가는 몇 번의 운전을 하면서 점점 부담감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등에서는 땀이 줄줄 흘렀다. 운전은 언제나 어려웠고 가끔은 무서웠다.
아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처남에게 전화를 했다. 오랫동안 카센터를 하고 있어 나보다 차에 대해서는 더 잘 알고 있었다. 전화를 하니 아들이 먼저 전화를 했었던 것 같다.
“요즘 중고차 값이 어때? 중고차 사려면 돈이 많이 들어?”
“아녀요. 요즘 중고차도 많고 할부도 잘되어 있어서 괜찮아요. 매형이 원하는 차종과 금액만 말씀하시면 알아볼게요.”
아들 녀석이 지 외삼촌에게 단단히 부탁을 한 것 같다. 아빠가 중고차에 대해 물어보면 잘 말해 달라고. 느낌이 그랬다.
차를 운전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운전하는 동안에는 온전히 앞만 봐야 하며, 다른 곳에 정신을 돌리면 안 된다. 특히 초보 운전 시절에는 정신을 집중하게 되고, 앞만 보고 운전을 한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다. 내 삶의 큰 도로에서 옆길로 빠지면 15톤 트럭이 다가와 부딪힌다.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오늘에 집중을 하고 규칙을 준수하는 일만이 내 삶을 지탱하는 길이다. 사거리의 빨강 신호에는 반드시 정지를 해야 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