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나의 밥벌이임을 명심하자

회사 다니면서 사표 쓰지 말고 책쓰자.

by 원영대

평일 아침 나는 출근하는 차 안에서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며 넋두리를 한다. ’아! 오늘은 정말 회사 가기 싫다.’ 길가에 늘어선 수많은 차 중 몇 명이나 즐거운 기분으로 일터로 달려가고 있을까? 돈을 벌기 위해서, 내 식구의 행복을 위해서, 아니면 그냥 가야 하니까 하는 마음으로 저벅저벅 그들의 일터로 가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직장을 구하는 것이 성공한 인생을 사는 것으로 생각한다.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 유명한 강사를 찾아다니고, 월급이 많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원하지도 않는 스펙을 쌓는다. 그리고는 또다시 자식들의 좋은 학교 입학을 위해 자신이 번 돈의 많은 부분을 지급하는 악순환을 하곤 한다. 삶이 반복되고 있다.


번아웃이라는 신조어가 생긴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번아웃은 현대 사회의 ‘탈진 증후군’을 말한다. 오직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해오던 사람이 신체적, 정서적인 극도의 피로감으로 인해 무기력증이나 좌절에 빠지는 증후군을 말한다. 자기 일과 삶에 보람을 느끼고 충실감에 넘쳐 열심히 일해오던 사람이 갑자기 어떤 이유로 인해 슬럼프에 빠지는 현상이다. 마치 연료가 다 타버린 것처럼 갑자기 일할 의욕을 잃고 직장에 적응할 수 없게 되는 현상은 오늘날 모든 직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 상실감이 밀려오고 세상에 나 혼자 버려진 것 같은 우울감도 동반하게 된다.


나의 오래된 고등학교 친구는 취업을 한 후 5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만의 사업체를 차렸다. 미래가 보장된 대기업을 젊은 나이에 퇴직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반도체가 태동기를 넘어서 일본과 경쟁을 하던 시기였다. 공학을 전공한 학생들은 자신이 회사를 선택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취업이 잘되던 시절이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안되던 시절이었다.


그 친구는 반도체 설비를 개발해서 반도체 생산업체에 납품을 했다. 반도체 설비의 국산화가 부족하던 시기여서 그가 만드는 설비는 국내 반도체 공장에 좋은 가격에 수량도 많이 납품이 되었다. 젊은 나이였고 사업에 대한 욕심이 있었던 그는 하루 두세 시간만 자고 설비 만드는 일에 몰두했다.

6개월 지났을 때쯤 그가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니 환자복을 입고 병상에 누워 있었다. 놀란 마음을 진정하고 왜 입원을 했느냐고 물으니 무기력증이라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어느 날부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일을 할 용기가 나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겁이 덜컥 나서 병원에서 진찰을 받으니 무기력증이 심해져 당분간은 쉬어야 한다고 했다. 밤을 새워 일을 하고 모든 정신이 사업에만 집중을 하다 보니 번 아웃이 생긴 것이었다. 번 아웃이 사람을 좌절하게 하고 심한 무기력증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나에게도 번아웃 신드롬이 있었는지 회상해 보면 어렴풋이 이런 현상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무런 이유 없이 모든 것이 귀찮아지고 의욕이 없던 시기가 있었다. 누군가 다가와 안부라도 물으면 괜스레 울음이 먼저 나왔던 시기였다.

“오늘 왜 안색이 안 좋아? 집에 무슨 일이라도 있어?”

“아니야.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몸이 안 좋으면 병원이라도 가봐. 아니면 휴가를 내던가.”

나를 진정으로 걱정해 주던 동료가 다가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건넨다. ‘내가 정말 아픈 것인가? 남들에게 내가 아픈 사람처럼 보이나?’ 가늠할 수 없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사람의 표정은 숨길 수 없는가 보다. 참을 수 없는 기침을 숨길 수 없듯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번아웃 신드롬은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과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 때문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아침을 먹으며 출근할 생각을 하고, 회사에 있으면서 퇴근 후 집에 가서 할 일을 고민한다. 야근이라도 하는 날이면 조바심이 더해지고 짜증이 난 채 퇴근을 하게 된다.

예전 개그 콘서트의 한 코너에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멘트로 웃음을 주던 개그맨이 있었다. 우리의 일상은 일등 주의와 성공한 사람만이 보상을 받는 불평등한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불평하지 않는다.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살아간다. 번 아웃은 그래서 오늘의 우리의 삶 속에 항상 기생하는 벌레와 같은 것이다.


저녁을 먹고 자주 산책을 하는 굴포천의 중간 부분에 ‘느린 우체통’이라는 것이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적어 우체통에 넣으면 일 년 뒤에 자신에게 편지가 전해진다. 우리도 지금 당장 해야 할 것 중 조금은 미루어도 되는 일들은 잠시 접어 두자. 내 일을, 내 삶을 사랑할 여유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타인의 시선에서 좀 떨어져 내 것에 집중해 보자. 나만의 연료를 다 태우지 말고 작은 불씨를 남기며 살아가는 것이 완전히 꺼진 불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70년대의 유명 가수인 양희은 씨가 쓴 자전적 수필이 작은 울림을 준다. ‘그러라 그래’


삶은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경주이다. 삶을 살아가며 우리가 겪어야 하는 일들은 예상하지 못하는 것투성이다. 많은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항상 부족하고 힘겹다. 이러한 일을 겪으며 좌절하고 때론 깊은 인생의 패배를 느끼곤 한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인생의 굴곡이 있기 마련이며, 어떻게 극복을 하느냐에 따라 이후의 삶은 달라질 것이다. 삶을 지탱해야 할 이유를 찾고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힘듦의 시간을 이겨내는 방법은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위해 자신의 모든 열정을 다해야 한다.

회사에서의 생활도 마찬가지다. 내가 원하는 일을 모두 할 수 있는 곳은 없다. 회사의 목적과 이익에 따라 내가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으며 결과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 또한 가족을 위한 밥벌이로서의 역할도 회사가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회사 생활이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우리는 그것을 기회로 우리의 삶을 변화해야 한다. 회사에서 느끼는 경험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멈추지 말고 기록하고 또 기록하라. 회사에서의 밥벌이가 멈추면 그 기록들이 당신의 밥벌이가 될 것이다. 의심하지 말고 꾸준하게 기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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