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수집은 좁고 깊게!

회사 다니면서 사표 쓰지 말고 책 쓰자.

by 원영대

2000년 1월 1일 개봉한 영화 [박하사탕]은 젊은이들의 꿈과 좌절을 그린 영화다. 이창동 감독이 연출을 하고 설경구 배우와 문소리 배우가 주인공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주인공인 설경구 배우가 기찻길에서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외치는 장면이다. 자신의 과거로 돌아가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고 싶은 주인공의 마음을 대변하는 장면이다. 그 해 열린 제21회 청룡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과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다.


영화의 무대가 되는 장소는 충청북도 제천시 백운면 애련리다. 내가 살던 고향이다. 어린 시절 여름이면 족대로 물고기를 잡고 가을이면 산에 올라 나무를 하던 곳이다. 설경구 배우가 “나 돌아갈래”를 외치던 철길 아래로는 냇물이 흐른다. 흐르는 냇물을 바라보며 부모님이 나란히 묻혀 계신 곳이다. 하루에 버스가 세 번만 운행되는 천등산 박달재 아래 동네다. 영화 박하사탕으로 유명해지기 전까지 ‘이런 동네가 있었나’ 할 정도로 오지였다. 박하사탕이 유명세를 타면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박하사탕 촬영지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있다. 아주 드물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아름답거나 수려한 자연을 보는 경우가 있다. 내용과 어울리는 배경이 영화 속 재미와 감동을 더한다. 배용준 배우를 스타로 만들어 준 겨울연가 배경지 남이섬이 그랬다. 영화나 드라마가 유명해지면 촬영지도 함께 유명세를 치른다. 아무도 몰랐던 장소는 관광명소가 된다. 셔틀버스가 생기고 시, 도 문화관광과에서는 홍보하기 바쁘다. 영화, 드라마 한 편이 오지였던 곳을 유명 관광지로 만든다.


이러한 장소는 어떻게 찾을까? 누가 영화와 잘 어울리는 장소를 찾는 것일까? 바로 로케이션 매니저다. 영화나 드라마에 적합한 장소를 찾는 것은 로케이션 매니저 역할이다. 영화 대본을 읽고 내용에 적합한 장소를 미리 찾고 섭외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수첩에는 수십 개 장소가 기록되어 있다. 장면 하나를 촬영하기 위해 그는 전국을 다니고 심지어 해외 장소를 찾는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가장 좋은 장면을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수많은 장소를 다니고 기록한다. 그가 수집한 자료 양만큼 좋은 장면을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다. 자료 수집이 영화 배경을 결정한다.



책을 쓰기 전 자료 수집은 책을 읽는 독자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한다. 많은 양의 자료는 독자에게 진실을 전하는 중요한 요소다. 자료 양이 많으면 독자를 설득하는데 유리하다. 작가가 주장하는 외침보다 팩트로 설명되는 글은 독자 마음을 움직인다. 독자는 살아있는 자료와 진실에 마음을 연다. 살아있는 글을 독자는 원한다.


자료를 수집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책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는 방법도 있지만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많은 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네이버 검색, 블로그, 구글 검색을 통해 내가 원하는 자료를 모을 수 있다. 내 책 주제에 대한 자료를 찾기 위해 도서관을 찾을 필요는 없다.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원하는 자료를 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수집된 자료를 정리하고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것이다. 문맥에 맞지 않는 자료를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독자의 눈을 힘들게 만들 뿐이다.


자료수집은 다양하되 좁아야 하며 내용은 깊어야 한다. 비록 수집된 자료가 사용되지 못하더라도 좁고 깊게 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수집된 자료에 더해서 추가로 필요하다면 장소를 방문하거나 관련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수집된 자료는 글의 문맥과 내용에 부합해야 한다. 산에 대한 글을 쓰면서 강물에 대한 느낌을 전하면 독자는 떠난다. 산에 대한 이야기, 북한산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면 북한산을 찾아서 어떤 느낌이 드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북한산 등산코스는 어떤지, 나무들은 모두 소나무인지 등에 대해 확인하고 기록해서 자료로 만들어야 한다. 작가의 자료 수집에 따라 독자가 느끼는 감정의 깊이는 달라진다.




직장을 다니며 자료 수집을 하는 데는 시간적, 공간적인 제약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책을 통해 지식을 얻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료화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과 느낌을 정리해서 자료로 만드는 일은 글을 쓰는데 중요한 부분이다. 글은 창조적인 일이다. 하지만 창조력은 현실을 바탕으로 한다. 수집된 자료가 곧 현실이다.


자료 수집을 마치면 글쓰기가 수월하다. 충분한 자료가 모아졌다면 초고의 80% 이상은 마무리된다. 글쓰기가 수월해진다. 모아진 자료를 토대로 글을 연결하고 구성하는 것이다.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더해 문장을 풍부하게 한다. 전업 작가들이 글을 쓰기 전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이 자료 수집이다. 영화 [박하사탕] 장소을 발견한 로케이션 매니저가 없었다면 내 고향은 여전히 충청도 산골의 오지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의 수첩에 기록된 자료 덕분에 유명한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었다. 내 책도 좋은 자료 덕분에 독자에게 소중한 댓글을 받고 유명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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