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잡초는 없다.
월요일 아침, 무언가에 쫓기듯 바쁜 준비를 하고 출근을 한다. 월요일이라는 무거움은 모든 직장인들이 갖는 족쇄 같은 것이 아닐까 한다. 남아 있는 졸음을 털어내지 못했는데, 벌써 회사 정문에 도착하고 있다. 회사 주차장 공사로 인해 2부제가 시작된 김에 아예 차를 두고 회사 버스로 출근을 한다. 교통 체증으로 인한 지루함은 덜었지만 평소보다 빨리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 오랫동안 차에 길들여진 편리함 때문이다. 이젠 익숙해질 만도 한데..
회사 뒤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 도당산으로 불리는 작은 산이지만 그 둘레에는 산책길이며 백만 송이 장미원이며 천문 과학관이 있다. 이른 점심을 먹고 가끔씩 도당산 둘레를 산책한다. 점심을 먹고 자연을 친구 삼아 산책을 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도심에 사무실이 있는 사람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작은 능선을 오르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이마에 맺히는 땀방울 양만큼 여름이 다가오는 속도를 느낄 수 있다.
벚꽃이 지고 철쭉이 필 때쯤 산봉우리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아카시아 향기도 함께 불어온다. 도당산에서 이십여 미터 떨어진 입구에 도착하면 아카시아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봄바람과 함께 불어오는 향기는 무어라 표현하기 어렵지만 달콤함이 느껴진다. 봄을 보내고 여름을 맞이하는 전령사인가? 그냥 계절이 주는 한낱 꽃향기일 뿐인데 너무 감성적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바쁜 일상을 지내다 무심코 시작하는 산책길에서 계절을 느낀다. 봄이면 화려한 벚꽃으로, 여름이면 찔레나무와 아카시아로, 가을이면 천지에 널린 밤송이로 계절을 체험한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좋은 기회를 도당산은 내게 선물하고 있다. 아마 도심 사무실에 있었다면 계절을 느낄 여유와 장소는 없었을 것이다. 도당산이 주는 계절 변화는 일상에 지친 힘겨운 삶을 조금씩 녹여준다. 모든 어려움과 고민을 녹여주면 좋겠지만 그건 내가 가진 욕심이다. 어찌 내가 다 가질 수 있겠는가.
아카시아 향기는 저무는 달과 같다. 빨간 장미가 고개를 들고 세상 밖으로 나올 때쯤이면 아카시아는 생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장미가 밝혀주는 세상에 감탄하며 아카시아가 보여준 감동은 잊게 된다. 어찌하랴 그것이 자연이 주는 순리인 것을. 그래도 좋다. 자연이 주는 향기를 맡으며 계절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