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잡초는 없다
가을이 익어가는 10월 금요일 밤, 불금이 아쉬워 자연스럽게 동네 소줏집에서 노가리를 안주삼아 소주를 한잔하고 있었다. 술집 밖 거리 은행잎들이 벌써 채색을 마무리하려는 듯 노란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일상 대화가 오가고 술잔이 몇 순배 돈 후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왔다. 두 모금의 담배를 빨고 나니 카톡이 울린다. 평소 연락을 하지 않던 회사 후배에게서 온 메시지다.
'부장님, 저는 지금도 힘들게 산다고, 노력하는 거라고 생각하며 하루를 힘들게 보내고 허무함을 느끼는 순간이 많은데 좋은 책 읽고 좀 더 활기차게 살아보도록 할게요. 조만간 사인 받으러 갈게요.'
고향이 충청도인 여자 후배인데 혼자 올라와서 열심히 살다가 결혼도 하고 애도 키우며 씩씩하게 살고 있는 친구다. 지난해 내가 쓴 '꿈을 설계하는 수익형 자기 계발'이라는 책을 출간했을 때 회사 동료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을 통해 내가 쓴 책을 소개받은 것 같았다.
순간 멈칫했다. 뭐지? 이 기분은? 책을 쓰고 난 후 조금은 쑥스러움이 많아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알렸는데 후배의 메시지를 받고 나서 만감이 교차했다. 피우던 전자 담배가 진동을 울리며 생을 다할 때까지 멍한 기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술기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정신이 또렸했다.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내가 쓴 글이 남에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되니 온 몸이 떨렸다. 지금의 내 감정이 선을 넘어버린 것은 아닐까? 복잡한 심정이었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글쓰기가 남의 일상에 도움이 되고 힘을 얻을 수 있는데, 난 시간이 없다는 핑계와 피곤하다는 이유로 글쓰기를 멈추고 있는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힘들 때 그들에게 소주 한잔을 사주는 것 보다 내가 쓴 글이 그에게 더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이 고맙고 행복했다.
슬럼프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긴 시간을 허무하게 보냈다. 다시 날아야겠다. 설령 내가 날아가야 하는 곳이 도달할 수 없는 먼 곳이라도 쉼 없이 날아야겠다. 날다 보면 날개가 부러질 때도 있고 깃털이 사라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다시 날아야겠다. 행복이라는 명제보다 동행이라는 리듬을 타고 날아보자. 10월의 가을밤이 참 부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