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인문학 #1 떼를 밀다 나와 마주하다

팔꿈치야 안녕? 그리고 처음 하는 말인데, 널 사랑해.

by 스피커 안작가

어느 날 목욕탕에서 팔꿈치 떼를 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 팔꿈치가 이렇게 생겼구나...'


마치 내 팔꿈치를 처음 보는 듯 난 저런 생각을 했다.

난 내 팔꿈치를 제대로 본적이 한 번이라도 있을까?

그 순간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내 팔꿈치가 내 몸에 붙어있다는 사실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나는 목욕 가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좋아하는 것 치고는 그렇게 자주 목욕탕에 가지 못 했다.

바빠서였을까? 아니다. 게을러서 그렇다.


여자 친구한테도 "나 내일 목욕탕 갈 거야."라는 말을 수도 없이 했지만 그 말을 지킨 적은 거의 없었다.

"오빠? 오늘 목욕탕 간다며? 갔다 왔어?" 처음에는 이런 질문을 했지만 이제는 내가 목욕탕을 간다고 말하면

"또 안 가겠네..."라고 말하며 나를 보며 가볍게 비웃어준다.

이와 반대로 여자 친구는 목욕탕에 간다고 말하고 난 후에 목욕탕에 무조건 간다.

여자는 한 달에 한 번 마법에 걸리는데, 생각보다 마법에 빨리 걸릴 것 같으면 그 전 날에 꼭 목욕탕에 간다.


그리고 어렵게 목욕탕에 도착한 날.

오랜만에 목욕을 해서 그런가? 떼가 정말 미친 듯이 나왔다.

떼를 밀다가 탈진할 것 같았다.

떼를 밀다가 녹초가 된 나는 목욕 도구를 올리는 공간에 다리를 올렸고, 그 다리를 손으로 잡고 힘겹게 팔꿈치 떼를 밀었다.

다리에 내 몸을 기댄 채 말이다.

그러다 문득 거울을 보게 되었고, 그 거울을 통해 내 팔꿈치를 보게 되었다.


'내 팔꿈치가 이렇게 생겼었구나.'

그리고 잠깐 떼 수건을 벗고 살면서 처음으로 팔꿈치에 "안녕? 팔꿈치야 사랑해!"라는 말을 해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미친놈 같지만, 그때는 사뭇 진지했다.

팔꿈치부터 시작된 사랑고백은 정수리, 턱살, 갈비뼈, 치골, 무릎, 그리고 마지막 뒤꿈치에서 끝이 났다.


내가 만약 자주 목욕탕에 왔다면 나를 진지하게 볼 수 있었을까?

내가 만약 자주 나에게 애정표현을 했다면 오늘의 일이 크게 와 닿았을까?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면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한다.

그 사람이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든, 그저 그런 사람이든 생각하지 않고 안녕을 물어본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자기 자신에게 안녕을 물어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제는 목욕을 자주 가려고 한다.

더 나를 돌아보고 더 나에게 사랑을 표현해주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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