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바지 입고서 강연하러 가면?

강연책 집필 중

by 스피커 안작가

1996년 난 국민 학교로 입학을 했지만 1997년 내가 초등학교 2학년 일 때 국민 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1997년 한 노래가 세상을 강타했다.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텐데.” 이 노래는 DJ DOC의 의 노래로 제목은 <DJ DOC와 춤을>이라는 노래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러다 5년 후에 중학생이 되면서 이 노래가 와 닿게 되었다. ‘뭐야? 교복이 왜 긴 바지야?’ 그리고 선생님께 반바지 입으면 안 되냐고 물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너 미쳤어?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고 있어!’라는 말이었다.


DJ DOC는 말도 안 되는 노래를 왜 불렀을까? 2018년 여름 35도가 넘는 재난 수준의 폭염이 지속되었다. 이때 수원시 한 공무원이 경기 수원시공무원노동조합 익명 신문고에 글을 하나 올렸는데 그 글이 순식간에 수원시청 내부에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그 글은 “남자직원입니다. 너무 더워 반바지 입고 출근하고 싶어요. 그래도 되는 거죠?”라는 짧은 글이었다. 한 여성공무원은 “남자직원들도 시원하게 반바지 입고 일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는 여자직원인데 요새같이 더운 날에는 긴바지를 입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댓글을 달아주며 이 글을 지지해주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이제는 예전처럼 반바지 착용에 대해 윗사람들 눈치 볼 필요가 없다. 반바지 착용에 대해서는 권장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현실감은 제로였다.


그런데 2018년 8월 부천시는 전 부서에 폭염기간 동안 에너지 절약과 업무능률 향상을 위해 노타이, 반바지, 면바지 등 간편한 옷차림을 권장한다는 ‘시원차림 복장 시행’ 공문을 보냈다. 반바지 차림을 허용하는 거의 첫 번째 기관이었다. 괴안동에 근무하는 이 모 직원은 “처음에는 망설이는 마음도 있었지만 막상 반바지를 입고 출근해보니 그다지 어색하지 않았다. 훨씬 편하고 시원해서 여름동안 자주 입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놀랍게도 공무원 사회에서 먼저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사회는 반바지 차림을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 같다. 나는 더위를 정말 많이 타는데 땀이 조금이라도 나거나 땀이 젖은 바지를 입고 입으면 너무 답답해 미칠 것 같다. 그래서 난 여름에 강연을 하러 가면 반바지를 입고 갈 때가 많다. 반바지를 입고 강연장에 도착한 나를 보고 내가 강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1%도 없다. 강연 관계자들 100이면 100 “어떻게 오셨어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저요? 오늘 강연하러 왔는데요?”라고 말하면 말은 하지 않지만 ‘저 놈 미친 거 아니야? 뭐 잘 못 먹었나?’라는 눈빛을 보내곤 한다.


그리고 강연 시간이 되어 강연장으로 올라가면 다들 ‘강사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나를 힐끗 쳐다보고 다시 자신들이 하던 일을 마저 한다. 내가 마이크를 들고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순간 다들 ‘뭐지?’라는 눈빛을 보내지만 강연이 끝난 후 처음 나를 미친놈으로 바라보던 시선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없다.


마지막으로 강연관계자와 인사를 하고 헤어질 때면 99% 이런 말씀을 해준다. “반바지 차림이 뭐가 중요한가요? 강연만 잘 하면 되지. 오늘 강연 너무 좋았습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초대하겠습니다.” 난 단 1%도 “반바지가 좀 그렇죠?”라는 말을 한 적 없지만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던 자신의 생각이 부끄러웠는지 늘 저런 말을 해준다. 한국은 1997년 IMF 위기를 맞이했지만 그 위기를 이겨냈다. 1997년 그때 DJ DOC 노래처럼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고 반바지 입고 학교에 갈 수 있었다면 사람들 눈 의식하지 않고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어서 더 빨리 IMF를 이겨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경제위기가 왔다. 지금이라도 허례허식 버리고 반바지 입고 강연할 수 있는 문화, 반바지 입고 출근할 수 있는 문화가 당연해졌으면 한다.


강연은 바지로 하는 것이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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