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책 집필 중
어느 날 아무 생각 없이 TV를 보고 있었다. TV 속에는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를 부르고 있는 가수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강사도 가수와 똑같은 무대를 서는데 가수는 노래가 끝나면 앙코르를 받는데 왜 강사는 강연 후 앙코르를 받지 못하는 걸까?’ 이 생각이 들자 어떤 존재들이 무대에 서게 되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생각을 해보니 피아니스트, 가수, 비보이, 마술사, 뮤지컬 배우 등 정말 많은 존재들이 무대에 올라온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피아니스트도 피아노 연주 후 앙코르를 받고, 비보이도 우승 후 앙코르 무대를 가지고 마술사도 멋진 공연 후 앙코르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데 왜 같은 무대에 서는 강연자들은 앙코르를 받지 못하는 것일까? 갑자기 이 생각이 들자 강연자라는 직업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좀 더 생각을 해봤다. 강사를 제외한 존재들에게 앙코르를 외치는 이유는 뭘까? 반대로 강사들한테만 청중들이 앙코르를 던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생각보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의 무대는 더 듣고 싶었지만 강사의 무대는 더 듣고 싶지 않기 때문 아닐까? 강사를 제외한 존재들의 무대는 듣고 또 들어도 더 듣고 싶지만 강사의 무대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그렇다면 강사가 앙코르를 받지 못하는 건 누구의 잘못일까? 그건 전적으로 강사의 잘못이었다. 청중의 잘못이 아니었다! 강사도 앙코르를 받고 싶다면 청중들이 앙코르를 외칠 수 있는 그다음을 기대할 수 있는 강연을 준비해야 된다. 그런데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강사들은 어떤 강연을 할까? 1시간의 짧은 강연 동안 너무 많은 내용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많은 내용 중의 대부분은 자기 자랑하는 내용이거나 청중들의 관심사와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를 할 때가 많다. 청중들에게 필요한 내용이더라도 재미없게 전달하기 때문에 잠이 와서 더 이상 강연을 듣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 생각이 들자 당장 TV를 끄고 카페로 갔다. 카페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다이어리에 기록을 했다. ‘난 앙코르 받는 강연자다.’ 이걸 적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엄청 뜨거워졌다. 그리고 빨리 강연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강연자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다시 설레게 만들었다.
다이어리에 적힌 강연들을 확인했고 새 마음 새 뜻으로 강연을 준비했다. 어떻게 강연을 준비했을까? ‘난 앙코르 받는 강연자다’ 이걸 적기 전에도 똑같은 주제로 강연이 잡혀도 맹세코 단 한 번도 똑같은 PPT로 똑같은 강연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앙코르 받겠다는 다짐하고 나서 달라진 것은 ‘내 이야기를 잘 전달해 주고 싶다’에서 ‘청중들이 정말 듣고 싶고 도움이 되는 말을 하고 싶다’로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더욱 내 강연을 듣는 사람들의 나이, 지역, 성향 등을 분석하면서 강연을 준비하게 되었다.
솔직히 강연을 준비하면서 ‘앙코르 받는 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수도 없이 강연을 하다가 어느 날 한 단체에서 강연을 하게 되었다. 그날 강연은 강연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강연자들의 무덤 중에 하나인 초등학생 5,6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이었다. 고학년의 초등학생들은 강연자의 첫마디만 듣고 강연을 들을지 말지를 결정한다. 사춘기가 막 시작된 초등학생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집중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강연하기 쉽지 않은 대상들이다. 초등학교에 강연을 하러 가본 사람은 공감이 될 것이다.
난 이날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2시간을 강연했어야 했다. 2시간 뒤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2시간이 지났는데도 나의 강연이 끝나지 않았다.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강연은 끝나지 않았다. 난 정확히 2시간 40분 강연을 해버렸다. 눈치 없이 신나서 내 이야기를 했을까? 그래서 모든 초등학생들이 잠들었을까? 아니면 나를 째려보면서 쌍욕을 하고 있었을까?
아니다. “이제 강연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오늘 여러분들한테 꼭 해주고 싶은 말은…….”라고 말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방에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상 강연을…….” 이 말을 하는 순간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여기저기서 앙코르를 외치기 시작했다.
온몸에 전율이 났다. 땀범벅이 되어 정신없이 인사하고 무대에서 내려왔고 어느 정도 진정된 후 난 내가 꿈을 잘못 세웠다는 것을 깨달았다.
앙코르는 받고 싶다는 꿈을 꾸면서 앙코르 무대도 준비하지 않았던 나. 그렇다.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와도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그 기회를 잡을 수가 없다. 이때의 깨달음으로 인해 이제 앙코르를 받으면 ‘어떤 메시지를 더 선물해 줄까?’를 생각한다. 내 꿈을 이루게 도와준 초등학생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나에게 큰 깨달음을 줘서 너무 고맙다. 초등학생들로 인해 내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