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책 집필 중
가수들은 무대가 잡히면 매일 불러서 잘 아는 노래라도 무대서기 전까지 피나는 연습을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선의 무대를 관객들에게 선물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강사들도 강연이 잡히면 최선을 다해 강연을 준비한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될 때가 있다! 그것도 엄청나게 말이다!
‘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데 사실이다. 강사들이 무대를 준비하면서 너무 완벽하게 준비를 하다 보니 강연을 듣고 있는 청중들과 소통을 못하는 강사들을 너무 많이 봤다.
강연을 듣다가 궁금하게 생기거나 이해가 되지 않으면 청중들의 눈빛은 흔들리게 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이런 행동은 청중들 본인도 인지 못할 수 있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강연을 너무 열심히 준비한 강사는 자신의 강연에 자신이 몰입당해서 이를 보지 못하고 그저 자신의 멋진 강연을 하기에 급급하다. 그리고 자신이 할당받은 시간에 맞게 강연을 잘 끝내면 혼자 뿌듯함을 느끼며 무대에서 내려온다. 속으로 ‘오늘 강연 최고였어. 준비한 모든 것들을 알려줬으니 앞으로 이렇게만 강연을 한다면 난 최고의 강사가 될 거야.’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이런 강사들은 청중들이 중간에 손을 들고 질문을 하면 굉장히 싫어한다. 싫어할 뿐만 아니라 청중이 던질 질문을 제대로 듣지 못 하고 자신 마음대로 답변을 해준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대본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정한 강연의 흐름이 끊겨서 완벽한 강연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에서는 스티브 잡스처럼 3,000번 이상 리허설을 하면서 최고의 대본을 만들어야 된다고 말했으면서 말이다. 대본을 만들지 말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스티브 잡스처럼 최고의 대본을 만들기 위해 또 연습을 하고 또 연습하며 가장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법을 찾아야 된다. 그래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강연 스타일을 갖고 있어야 된다. 이건 무대에 서는 강사라면 당연한 매너이다.
그런데! 완벽한 대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청중들과 소통하며 강연을 하고 있느냐이다! 완벽한 무대는 내가 준비한 메시지를 완벽하게 이야기하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진짜 완벽한 무대는 강연을 듣고 있는 청중들과 숨소리까지 집중해야 된다. 그래서 내가 하고 있는 내용을 청중들이 이해를 못 했을 때는 더 쉽게 설명해줄 수 있어야 되고 청중들이 내가 하는 이야기를 지루해하면 자연스럽게 하던 이야기를 빨리 끊고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된다. 영화배우 송강호는 “애드리브라는 것이 그냥 하는 것 같아도 아닙니다. 굉장히 정교하고 치밀한 계산 하에 나아가는 거고. <우아한 세계>, <살인의 추억> 이런 작품들은 현장에서의 즉흥적인 어떤 감각들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지 매 작품, 매 캐릭터마다 애드리브를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시면 큰 오산이죠.”라고 말했다. 영화배우 송강호가 애드리브를 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본을 100% 숙지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현장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했기 때문에 그 상황에 가장 적절한 애드리브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영화든 강연이든 대본이 존재하는 이유가 뭘까? 그걸 알아야 된다. 이걸 모르고 무대에 서면 안 된다. 강사에게 대본이 존재하는 이유가 뭘까? 내가 강연을 잘 하기 위해? 이건 두 번째 문제이다. 강연을 듣는 청중들에게 최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청중들이 내 대본을 거부한다면? 그럼 과감하게 대본을 던지고 청중들과 소통을 할 수 있어야 된다.
나도 최고의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강연을 준비한다. 그런데 어떨 때는 청중들과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때는 내가 준비한 대본대로 계속 강연을 하지 않는다. 열심히 준비한 건 아깝지만 대본을 과감하게 포기한다. 그리고 최대한 그들의 눈빛에 집중을 한다. 이렇게 강연을 하고 무대에서 내려오면 ‘내가 오늘 무슨 말을 했지? 아...미쳤다. 오늘 최악이다.’라는 생각이 들까? 절대 아니다. 솔직히 대본을 버리면 약간 당황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고 두서없이 말을 해야 될 때도 있다. 어떤 강사가 이런 모습을 청중들에게 보여주고 싶겠는가! ‘난 강사로서 자격이 없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렇게 강연을 하고 있으면 청중들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나의 이야기를 듣고 웃어주는 사람들도 있고 심지어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대본을 버리고 관객들을 봤기에 대본대로 했을 때는 절대 느낄 수 없는 희열을 경험할 수 있다.
어떤 무대도 계획한대로 한 치의 오차 없이 완벽하게 흘러가는 무대는 없다. 그래서 딱 틀에 맞춰서 대본을 달달 외우기만 하면 안 된다. 그럼 여유가 없어지고 여유가 없어지면 청중들을 볼 수 없게 된다. 말을 조금 버벅거리고 두서없이 말하는 건 강사입장에서 중요해 보여도 청중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대본이 아니라 청중들을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