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한 명을 위한 강연

강연 책 집필 중

by 스피커 안작가

난 강연을 할 때마다 하는 이야기가 있다. “저는 오늘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을 도와줄 수 없어요. 그렇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제 이야기를 듣고 삶의 작은 변화라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는 여기 있는 전부를 위한 강연이 아닌 단 한 사람을 위해 강연을 할 거예요. 그런데! 전 그 한 사람이 누군지 몰라요.(한 사람씩 눈을 마주친다. 그리고 몇 초 후) 전 그 한 사람이(다시 최대한 사람들의 눈을 마주치고 난 후) 당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강연을 시작하면 몰입도가 장난이 아니다.


학교에 강연을 하러 가면 “친구들아! 내 강연을 듣고 싶어서 앉아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거야. 내가 BTS도 아니고 너희가 자발적으로 내 강연을 신청한 게 아니니 말이야!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내 강연이 재미없으면 자도 돼! 왜냐하면 그건 내 잘못이니. 그런데! 혹시라도 강연을 듣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 그 친구를 위해서 떠드는 것만 참아줬으면 해! 그럼 강연 시작해볼까?”라고 이야기를 던지고 강연을 시작한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신기하게도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저 사람 무슨 자신감으로 저런 이야기를 하지?’라는 생각을 하며 한 번 들어보자는 식으로 태도가 바뀐다.


그래도 떠드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강연 중 떠드는 학생이 생기면 선생님들 중의 한 분이 그 아이를 혼내기 위해 충돌을 한다. 그때 난 “죄송한데 선생님 가만히 놔두세요. 저도 학창 시절 때 억지로 강연을 듣고 있으면 정말 짜증 나고 미칠 것 같았어요.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지? 그랬던 제가 강연을 하게 되면서 느꼈던 사실은 저 아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내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괜찮다는 거예요. 다 듣는다고 해도 기억도 못 할 테고요. 그런데 혹시라도 떠들다가 제 이야기 중 하나라도 듣고 생각의 변화가 생길 수도 있잖아요? 지금 성적이 안 좋다고, 태도가 불량하다고 ‘너 커서 뭐가 되겠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학생이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보다 더 위대한 사람이 될 수도 있어요.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에요.”라고 말해준다. 그러면 그날 단 한 명은 그 학생이 된다. 그리고 그 학생뿐만 아니라 강연을 듣고 있는 모든 학생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저 사람은 우리를 이해해 주는구나’


그리고 강연이 끝나고 나면 몇 명의 학생들은 나를 찾아와서 이런 이야기를 해준다. “오늘 제가 살면서 들었던 강연 중에 최고였어요.”라고 말해주는 학생도 있고 “강사님, 정말 죄송합니다. 강연이 너무 좋아서 안 졸고 싶었는데 그만 졸았어요. 그래도 살면서 처음으로 듣기 위해 노력했어요.”라는 말을 해준다.


나도 처음 강연을 할 때는 100%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강연을 할 거라는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탈북 청소년들을 멘토링 해주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이 한 아이의 고통을 내가 세상에 전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 한 아이를 위해 통일 스피치 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난 마지막에 이 한 이야기를 통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었다.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묘지에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내가 젊고 자유로워서 상상력에 한계가 없을 때,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그러나 좀 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었을 때 나는 세상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내 시야를 약간 좁혀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황혼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마지막 시도로, 나와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그러나 아무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누운 자리에서 나는 문득 깨닫는다. 만일 내가 나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더라면, 그것을 보고 내 가족이 변화되었을 것을. 또한 그것에 용기를 얻어 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었을 것을. 그리고 누가 아는가, 세상도 변화되었을지!> 남한에 있는 탈북자들과도 하나가 되지 못하는데 통일이 되면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저도 세상을 원망하며 세상을 바뀌려고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제가 먼저 변화되어 남한에서 힘든 삶을 살고 있는 탈북자들을 돕겠습니다.”라고 말을 던졌고 그 순간 심사위원들의 얼굴은 멍해졌다. 난 솔직히 망했다고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심사위원들이 나를 멍청한 놈으로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시간도 12분만 해야 되는데 18분 정도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상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2등을 수상하게 되었다. 그리고 심사위원은 “솔직히 내가 먼저 변하겠다고 말했을 때 한 대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나는 저 나이 때 ‘왜 저런 생각을 못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짜 대단하네요. 저 이야기 듣는 순간 일단 2등 정도는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2등에 바로 적어놨습니다.”

절대 모두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이때 깨달았다. 그리고 단 한 사람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 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변화된 모습이 강연 속에 녹아있지 않다면 단 한 사람에게도 도움을 줄 수 없다. 자신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면 한 명 정도는 감동시킬 수 있다. 그런데 내가 그 강연장을 떠나고 난 뒤, 그 한 명의 변화된 모습으로 인해 그의 가족이, 그의 동네가, 그의 학교가, 그의 사업장이 변화된다면 이보다 더 값진 일은 없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난 오늘도 단 한 명을 위한 강연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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