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책 집필 중
강사라면 강연을 많이 하는 게 최고의 목표 중 하나일 것이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구 강사가 된다면 강사로써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을까? 그래서 많은 강사들이 다다익선이라는 생각으로 최대한 강연을 많이 잡으려고 한다. 나도 강연을 많이 하고 싶긴 하지만 쉼 없이 강연을 많이 하는 게 강사에게 큰 도움이 될까?
강연을 잘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이 무대인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완벽하게 연습을 해도 실제로 무대에 서면 연습했던 것과 다른 반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무대에 많이 서는 것이 강연 스킬을 향상시키는데 최고라고 생각한다. 강연 스킬만 생각하며 그렇다는 것이다.
예전에 한 강사와 같은 무대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그분의 강연은 정말 감동적이었고 중간중간에 던지는 애드리브는 정말 재미가 있었다. 시선처리, 호흡, 말의 강약 조절 등 그 강사를 보며 배울 게 정말 많은 강사라는 생각을 했었다. 몇 개월 뒤 신기하게 그 강사와 같은 무대에서 다시 강연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강사님의 강연을 듣는 순간 난 엄청난 실망을 하게 되었다. 난 그때 분위기를 보고 던진 애드리브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지난번에 했던 강연과 거의 토씨 하나 안 틀리고 99%로 똑같은 강연을 하는 것이었다. 강연 올라가기 전에 그 강사님이 강연을 준비하는 모습을 봤는데 대본을 다시 보며 달달 외우고 계셨다.
그런데 이 강사님만 이럴까? 아니다. 내가 두 번 이상 만났던 강연자들을 생각해보면 대부분 강사들이 지난번에 했던 강의 피드백을 하지 않은 채 그래도 강연을 했다. 그러면서 반응이 좋으면 강연을 잘했다고 생각을 하고 반응이 좋지 않으면 그저 강연을 못했다고만 생각을 한다. 만약 반응이 좋지 않으면 왜 반응이 좋지 않았는지 분석해봐야 되지 않을까?
심지어 <세바시>에 나왔던 유명한 강사님의 강연을 직강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강연을 들어 보니 왜 유명한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그분의 강연을 유튜브에 찾아봤는데 웬걸? 강연의 제목은 다르고, 강연의 장소는 달랐는데 강연 내용은 거의 똑같았다. 심지어 10년 전 강연과 지금의 강연을 비교해보니 며칠 전에 했던 강연처럼 별 차이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강연만 많이 하면 된다는 생각 때문에 강연만 미친 듯이 한 결과 다른 경험을 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한다. 쉬지 않고 강연만 한 결과 다른 걸 보고 강연에 응용할 생각할 시간도 허락받지 못했던 것이다.
분명 내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 강연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많은데 똑같은 강연을 1,000번 하더라도 아직 듣지 못한 사람이 많은데 똑같은 강연을 하는 게 뭐가 잘 못인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난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계속 강연을 최신의 경험과 정보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난 강연을 하게 되면 최대한 일주일 안의 했던 경험으로 오프닝을 하려고 한다. 만약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최대한 최근 경험으로 예시를 들어서 이야기를 한다. 이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도 오늘 아침에 유튜브로 <유퀴즈 온더 블록>을 보다가 이 주제가 떠올라서 글을 쓸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오늘 강연을 했다면 이 내용을 강연 중에 꼭 했을 것이다. 제8화 가을이 오면 편에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아 80년째 정육점을 하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할아버지가 나오셨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할아버지는 1년에 약 4,000억 고기를 팔았던 분이다. 매일 하루 평균 소를 80~85마리를 팔았고 돼지는 300~350마리를 팔았었다고 한다. 한참 매출이 좋았을 때는 하루에 10억을 넘게 벌었는데 그 금액을 1년으로 계산하면 4,000억이 된다. 이곳은 작은 정육점이 아니었다. 동네 할아버지인 줄 알았는데 한 기업의 회장님 수준의 가게였다.
그런데 내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이유는 할아버지가 부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할아버지의 철학이 너무 멋있었기 때문이다. 본인이 그렇게 클 수 있었던 비결은 어느 길을 가던지 항상 자신의 양심을 저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자기 양심을 속이지 말고 뭐든지 최고로 해야 되는데 내가 납품할 때 최고 좋은 거로 줘야 손님들이 먹어보고 자기 가족, 친구, 회사 동료 데려와서 또 먹잖아요. 그럼 (납품이) 더 들어가지." 그리고 코로나 19로 요즘 강연이 없어서 너무 어려웠던 나에게 위로가 되는 말씀을 해주셨다. “1년, 2년, 3년 해도 안 알아줘요. 5년에서 10년은 돼야만 그때 몰려들기 시작하지.” 우직하게 양심을 지키며 고객들과의 신뢰를 쌓을 수 있었기에 이 정육점은 80년의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그럼 강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청중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강연에 도움이 되는 경험을 많이 하고 많이 보면서 신뢰를 주기 위해 갈고닦아야 된다.
강사를 꿈꾸거나 현재 강사라면 강연이 존재하는 이유를 잘 생각해봤으면 한다. 강연은 강사의 생계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강연을 듣는 청중들을 위해 강연이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강연을 매번 똑같이 준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할아버지도 좋은 고기를 고르기 위해 시골로 직접 가셔서 두 눈으로 소를 직접 보고 재료를 확인한다고 하셨다. 허리만 잡아 봐도 도출하게 될 고기가 몇 근 나올 수 있는지까지 알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런 내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닐 것이다. 소꼬리를 들면 항문이 휘어져 나온 소가 있다고 한다. 그거는 소가 잘 먹어가지고 영양상태가 좋은 소의 표시라고 한다. 여러분들의 강연은 어떤가? 강연이 끝나고 나면 사람들의 표정이 웃음으로 휘어져 나오는가? 강연의 영양가가 있었다면 사람들은 온몸으로 좋은 강연이었다고 표시를 해줄 것이다. 그래서 난 물이 들어왔을 때 열심히 노를 저으며 쉼 없이 강연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때 용기를 내서 일주일에 며칠은 강연을 잡지 말고 자신의 강연을 피드백하고 강연의 내용을 업그레이드하는 시간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