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아홉 줄, 더하기 한 줄

제3장 1년에 12권, 다작 비법

by 스피커 안작가

당신이 하는 생각은 당신의 것이 아니다.

당신의 생각은 당신의 생각이 아니다.

당신의 생각은 최초 다른 이의 생각이다.

당신의 생각은 누군가의 글을 통해서 알았을 수도 있고 누군가의 강연, 혹은 누군가와의 대화 속에서 최초 습득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당신이 표현하는 모든 것은 인용일 수도 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당신의 생각에 당신의 혼이 덧입혀졌을 때, 그것은 인용이 아니고 비로소 당신의 생각이 되는 것이다.

당신이 표현하는 모든 글은 인용일 수 있다. 그 글에 당신의 색깔을 덧입혀라. 그래야 당신의 글이 된다.

가끔 그런 경우가 있다. 애초의 글이 전해주는 감동을 자신의 미력한 글쓰기로 도저히 표현이 안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차라리 인용을 하시라. 단 출처를 꼭 밝히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한다.

당신이 하는 생각은 당신의 것이 아니다. 애초에 내 생각은 없었다.

현재 나의 생각은 다른 누군가의 생각으로 완성이 된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의 생각들로 변화할 것이다. 생각을 글로 표현하면 책이 된다.

그럼 책들은 다 누군가의 생각을 모방한 짜집기일까?

이런 고민을 하던 중에 유시민 작가의 멋진 문장을 발견하게 된다.

'배운 것 아흔아홉 줄에 단 한 줄 스스로 생각한 것을 덧붙일 수 있다면, 자신 있게 글을 써도 좋다.'

그의 말처럼 글의 절대량은 남의 생각이다. 누군가의 생각들 속에 나의 생각이 비집고 들어 간다.

그렇게 나는 글을 쓴다. 유시민 작가의 문장을 발견한 뒤로 자신감이 붙었다.

참으로 감사한 문장이다.

글을 쓰기 시작하는 초보 작가들은 한 번쯤 고민할 부분을 명쾌하게 정리해 준 문장이다.

'독서 트렌드'란 말이 있다. 사회의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독서 트렌드'도 빨리 변화하고 있다. 그 트렌드를 쫓아가기 위해 오늘도 난 누군가의 생각을 머릿속에 집어넣는다.

아흔아홉 줄을 집어넣고, 한 줄을 덧붙여 또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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