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를 드러내기로 했다

by 글로잇다


짙은 화장에 사극에서나 볼 수 있는 가채를 한 머리, 눈에 확 띄는 한 여자의 모습에 눈길이 고정됐다. 출연자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온 여자는 ‘무당 같다’, ‘공연 가냐?’는 말을 많이 들어 본인의 직업을 말하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궁금했다. 그 여자의 직업은 무엇일까?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한 시간 반이라는 시간을 들여 화장을 하고 머리를 만든다. 24시간 같은 모습을 유지한다. 화장을 한 채로 잠이 들고 새벽 2시에 일어나 씻고 다시 화장을 한다. 그런 일이 가능할까? 왜 그런 수고로움을 기꺼이 해내는 걸까?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어린 시절 얼굴 염증에 독한 약을 써서 피부가 썩었다. 20살 때 버스를 타고 가는데 어떤 꼬마가 '저 아줌마 얼굴이 불에 탔다'고 외쳐서 주변 사람들이 다 쳐다봤다. 그때 너무 충격을 받았다. 그 이후 짙은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머리를 올리기 시작하니 사람들 시선이 머리에 집중돼 내 얼굴에 흉터가 있는 줄 모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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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털어놓은 사연을 들으니 납득이 됐다. 그녀의 직업은 덤프트럭 기사였다. 남편 팔이 부러지면서 생계유지를 위해 기사 일을 이어받아 하게 되었다며 월 1300만원의 수입을 기록하기도 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 때의 상처가 얼마나 컸을까? 20살이면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쓸 나이인데. 얼마나 창피했으면 지금까지 그런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콤플렉스가 있다. ‘자기가 다른 사람에 비하여 뒤떨어졌다거나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만성적인 감정 또는 의식. 보다 좁은 의미로는 마음속에 응어리처럼 맺힌 감정을 이르기도 한다.’ 콤플렉스의 사전적 의미이다. 드러내고 싶지 않고 감추고 싶은 나만의 결점, 단점 등을 콤플렉스라고 한다. 우리가 우러러보는 연예인들도 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콤플렉스를 가지지 않은 사람은 없다. 나 또한 콤플렉스가 많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 다는 말처럼, 아무 생각 없이 던진 친구의 그 말은 커다란 콤플렉스가 되었다. 아주 오랜 시간 나를 많이도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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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작아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키순서로 번호를 정할 때면 1번을 달고 살았다. 작은 키 때문에 옷을 살 때도 늘 옷을 줄여 입어야 했다. 남들이 입으면 예쁘게만 보이는 옷도 내가 입으면 이상했다. 다 작은 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별명도 콩이었다.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가 지어준 별명이다. 작고 귀엽다고 해서 지어줬지만 역시나 작은 키 때문에 생긴 별명이라 썩 좋지만은 않았다. 가끔은 아담한 체형이라고 위로했지만 친구가 던진 말은 그 위로마저 싹 거두었다.

“쟤, 허리 긴 것 좀 봐. 그래서 다리가 짧구나.”


뇌리에 박혔다. 작은 키가 콤플렉스였는데 다리도 짧다. 거기에 허리까지 길다. 자연스레 앉은키가 크다. 이 몸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짜증이 났다. 그 후로 누군가와 나란히 앉는 것이 불편했다. 어디를 가도 앉는 것 자체가 불편했다. 밥을 먹으러 가도, 커피를 마시러 가도, 어디를 가도 서 있는 시간보다는 앉아있는 시간이 많았다. 앉아 있는 시간은 나의 콤플렉스를 ‘여기 좀 보세요!’라고 광고하는 시간이었다.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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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앉은 친구가 혹은 동료가 ‘너 앉은키가 생각보다 크구나.’라는 말을 던질까 봐 불안하고 부끄러웠다. 조금이라도 앉은키를 낮추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배에 힘을 주고 어깨를 끌어내렸다. 의자 뒤에 엉덩이를 붙이지 않고 어느 정도 떼어서 비스듬하게 기울여 앉기 시작했다. 아주 조금이라도 앉은키를 줄이고 싶어 피나게 머리를 굴렸다. 대학시절부터 마흔이 될 때까지 거의 20년을 앉은 큰 키, 긴 허리, 짧은 다리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콤플렉스가 되었다. 친구의 말 한마디로 곧게 앉을 수 없는 숙명을 굳이 받아들여야 했다.


덤프트럭 기사는 화장을 하고 머리를 만드는 데 한 시간 반이라는 시간을 매일 쏟아서라도 자신의 콤플렉스를 이겨내고 싶었다. 스무 살에 겪었을 창피함을 그렇게 해서라도 잊고 싶었다. 그런 시간을 지나와 지금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나 또한 어설프게 앉는 자세를 유지하며 오랜 시간 살았다. 결국 무리한 자세로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아 고생을 사서하고 있다. 물론 여러 원인이 복합된 것이겠지만 자세의 중요성은 허리디스크에서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게 아프고 부터는 바른 자세를 위해 곧은 자세를 유지하려 한다. 온라인 강의를 통해 짧은 다리, 긴 허리에 맞는 패션스타일 코칭을 받기도 한다. 누구에게도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콤플렉스를 자진해서 밝히고 코칭을 받다니 많이 발전했다. 그러고 보면 그깟 앉은키가 뭐라고 그렇게 무리한 자세를 취하며 고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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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는 자기만의 몫이다. 남들이 아무리 콤플렉스가 아니라 해도 내가 콤플렉스라고 느끼면 어쩔 수 없다. 남들이 콤플렉스라고 아무리 외쳐도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 역시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예전엔 숨기기 바빴던 콤플렉스를 이젠 아무렇지 않게 밝히고 코칭까지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다. 이러든 저러든 내 몸이기 때문이다. 내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나의 몸, 그게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온갖 정신이 집중되어 타인만의 시선을 의식했던 나였다면 아직도 콤플렉스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여전히 어설프게 앉은 자세로 나를 괴롭히고 있었을 것이다. 조금씩 나에게 집중하고 있는 요즘 나는 가두리 양식장 같은 콤플렉스를 하나씩 허물고 있는 중이다.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려면 사전에 적혀있던 의미대로 응어리처럼 맺힌 감정을 풀어주면 된다. 나를 조금 더 사랑하고 나에게 조금 더 집중하면 마술처럼 조금씩 해결된다. 마음이 흔들릴 때도 많지만 안 하는 것 보단 낫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뭐든 해야 한다. 2발 전진하고 1발 후퇴하면 그래도 한 발의 진전이 있지 않은가? 그렇게 변화할 수 있다고 난 믿는다. 앉을 때마다 아픈 척추를 생각해본다. 콤플렉스를 선택할 것인가? 건강한 몸을 가진 자유로운 나를 선택할 것인가? 어느 것을 선택하든 나는 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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