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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모 Mar 29. 2016

당신의 여행 스타일은?

NO.2

여행에도 스타일이 있다. 

떠난다는 상황만 동일할 뿐 어디로 갈지, 어떻게 갈지 어떤 마음으로 갈지에 대해서는 모두 제각각이다. 철저한 계획에 맞춰 이미 알아둔 맛집을 찾아다니며 행복을 느끼는 여행자도 있고, 장소만 정해두고 여행지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찾아내며 기쁨을 얻는 여행자도 있다. 친한 친구와 여행을 갔다가도 다시는 같이 가지 않을 거라며 읖조리는 사람들도 우리 주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데, 그건 서로간에 여행 스타일이 달라서 생기는 문제다. 


여행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은 서로 여행에 대해 그리고 있는 모습이 다르다는 말이다. 여행에 대한 믿음은 제각각이다. 머무는 공간을 벗어나 얻는 것이 무엇일지는 전적으로 그 믿음에 닿아있다. 그래서 여행은 일상의 대척점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일상과 닮아있다.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여행처럼, 일상에서 믿고 싶어하는 무엇인가를 닮지 않고서는 풍족한 여행을 할 수 없게 된다. 


가령 누군가는 걷고 바라보는 것을 여행이라 믿는다. 이 사람은 끝없이 걸으며 많이 보고 그리고 비어있는 시간들을 자신으로 채운다. 내가 바라보는 것과 내가 가는 길에 의미를 부여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새로운 것을 여행이라 믿는다. 일상에서 얻지 못한 다채로운 것들에 대한 열망과 새로운 의미들의 부여. 이런 사람은 일상생활에서도 늘 새로운 것을 찾는다. 여행은 일상적인 믿음의 연장선 상이며 그 끝을 향하고 있다. 맹목적인 믿음으로 여행의 스타일이 결정이 되고, 역으로 이 여행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삶의 자세를 되집어낼 수 있다. 


나는 주로 한 곳에 머무는 여행을 한다. 여행이 일상이 되길 원한다.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 그 공기가 온전히 내 것이 되었을 때 충만한 느낌을 받는다. 카페 한 곳에서 오래 앉아있고 여행지의 바람에 몸을 맡기고 책장을 넘기고 처음 만난 사람과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허물없어지는 상상을 한다. 내가 가진 여행의 믿음은 새로운 세상속에서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상상에 기반한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일상의 나는 새롭지 않고 안주하는 것에서 기본적인 삶의 만족을 느낀다. 그것은 어렵지 않고 이기적이며 게으르다. 내 여행은 나의 게으름과 닮아있으면서도 새로운 것을 내것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에 기반한다. 나는 겉으로 겸손한 것에 비해 욕심이 많은 편인데, 자유롭고자 하는 여행에서조차 숨기질 못한다랄까.


절친한 친구 B양은 철저한 계획하에 움직인다. 오차가 생긴다면 그것은 여행지에서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다. 이 최악의 상황이 에피소드가 되고 좋은 추억이 되려면, 결과가 좋아야만 한다. 그래서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은 설렘과 스트레스를 동시에 갖는다. 그래서 그녀에게 여행은 설렘과 기다림으로 채워지면서도 동시에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낯선 그녀의 일상과 닮아있다. 그녀에게 여행은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도전에 자신을 억지로 밀어넣어 일상에 대한 두려움마저 해소하고자 하는 일종의 자가면역 장치다. 그녀는 입버릇 처럼 말한다.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다고. 


또 다른 친구 D양은 훌쩍 떠나기로 유명했다. 일년에 서너번 보는 사이에 그녀는 두 세번의 해외 여행을 장기로 다녀오기 일쑤였고, 그녀의 귀국 시점이 친구들 모임을 해야 하는 시기가 되곤 했다. 가볍게 떠나서 가볍게 돌아오는 그녀는 자유분방하고 소탈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그녀가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서 끊이없이 알바를 했고, 돈을 악착같이 모았으며, 여행지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 위해 남모르게 준비한 일정과 수고로움들을 티내지 않았을 뿐임을 시간이 흐르고 나중이 되서야 알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는 그녀의 직업처럼이나 거칠것없는 붓끝에는 사실 부단한 노력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여행에서 겪은 많은 이야기들은 그녀의 삶이 되었고, 때론 그녀를 괴롭히기도 했다. 그녀는 지금도 매번 여행을 꿈꾼다. 티나지 않게, 어쩌면 훌쩍, 자신의 삶을 채워나가고 있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자유로움 속에는 부단한 노력과 철저한 계획, 설렘과 두려움이 가득하다. 그리고 자신조차 깨닫지 못했던 일상에 대한 믿음이 숨어있기도 하자. 만약 오늘 당신이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면, 당신의 일상에서 무언가를 필요로 한다는 신호이다. 그리니 여행을 다녀와도 된다. 바쁜 일상 때문에 여행을 망설인다면 자신의 믿음이 약하다는 증거이니 스스로를 세뇌시켜도 된다. 여행은 일상의 연장선이라고. 물론 농담이다. 위험하게 세뇌까지 할 필요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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