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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모 Mar 08. 2018

때론, 햇살

No.3

고가 위 내리는 햇살을 뚫고 버스가 내달렸다.


모두가 쉽사리 믿진 않았지만 겨울의 끝이 그렇게 내달리고 있었다. 따스한 햇살과 차가운 공기가 서로 밀어내느라 사람들의 눈치따윈 보지 않았다. 출근길 사람들의 옷은 그래서 더 제각각이었다. 지난 겨울 내 롱패딩만 입고 다닌 사람들이 코트며 점퍼며 패딩이며 다양하게 입고 다니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햇살이 더 따스해졌기 때문이다. 단지 그 이유 때문인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겪는 감정의 원인도 딱 그렇다. 때로는 좀 전까지는 눈에 꿀이 떨어지게 사랑하던 사람들이, 서로를 원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채 오분이 되지 않는다. 햇살이 내리쬐느라 바람이 불어와서 그렇게 된거라고 생각하자. 삶의 단편들의 이유를 찾아헤맬 때 그 핑계를 햇살로 미뤄보는 것이다. 우리가 어쩔 수 없고 아직도 정복하지 못한 자연의 흐름에 슬며시 밀어보는 것이다. 때론 이 답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때가 있다. 맹목적인 믿음과는 다르다. 그저 때로는 이 시간의 흐름과 햇살에 대한 무방비함에 나도 모르게 내맡겨질 때가 있는 것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이유도 

사랑하는 이유도 

때로는 시간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그런 계절이 오고 있다. 



#nado 출근길 버스가 고가 아래를 지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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