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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모 Aug 29. 2021

처음부터 거짓말은 통한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최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 좋아졌다. 이전에 비하면 많이 읽고 많이 쓴다.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몰라도 일단 써보자고 생각하고 손가락에 근육 운동이라고 생각하면서 한다고 주변에는 괜히 물어보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핑계를 대고 있다.


최근 게임을 하지 않고 책을 읽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부인이 좋게 보진 않을까 하고 어린아이 같은 기대감으로 의중을 떠보니 "여보는 책 읽는게 노는 거잖아." 라고 말하고 갔다.


맙소사. 언제부터 알았던거지. 내가 여보라고 부르는 이 사람은 나의 즐거움을 들키고 싶지 않아 독서인 척, 공부인 척 하는 이 모습을 사실은 내가 그너 놀고 싶어서 하고 있는 놀이임을 진즉에 알고 있었던 거다. 게임을 하든 책을 보든 상관 없었던 건, 어차피 게임을 해도 내비두었던 그 마음으로 책을 파고 있는 모습도 내비두었던 것이다. 주식 공부니, 부동산 공부, 경제공부, 쓰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저 놀이임을 처음부터 간파했던 것이다. 


중학교 시절. 방에 틀어박혀서 밤을 새면서 하루만에 판타지소설 10권을 읽어치우던 그 때 나는 읽는 법을 공부한다는 핑계로 책을 끼고 살았다. 엄마는 잠을 자라고만 했고 너무 늦게 자지 말라고만 했고 밤을 샜냐고 걱정했고 낮잠자는 나를 깨우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제일 겁냈던 말 '무슨 책'을 그렇게 보는지는 물어보지 않았는데 이는 내가 하고 있는 '책을 읽는 공부를 한다'는 거짓말이 먹힌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냥 좋아하는 걸 하게 내버려두었음을 깨달았는데, 그걸 알게된 건 나의 '여보'가 돌려 말하는 성격이 아니었고 늦은 밤까지 책을 읽으면서 나의 거짓말이 들키지 않았다는 걸 즐기고 있는 나의 속내를 꿰뚫어서 '노는 거잖아' 라고 말했던 그 때다.



나도모: 최근 게임을 지웠습니다. 언젠가 재미가 없어지면 책 목록도 지울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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