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갈거야?
- 응 요기 앞에.
- 어디?
- 0000에 갈거야. 모던하우스 다녀올거야.
주섬주섬 채비를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청바지를 입은 아내가 문틈으로 나타난다. 집에서 입는 편한 옷차림에서 외출복을 입었다는 건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거다.
신경쓰지 말라는 듯한 목소리지만 내 귀에는 신경써달라는 것처럼 들린다. 마침 나도 나가야지 싶은 마음이어서 행선지를 알려두어야 했다.
- 나는 도서관 갈거야. 같이 갈래?
같이 산지 5년이지만 나는 아직 부인의 속을 확신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어딘가 다녀온다는 그 말이 그리고 그 행선지가 요기 앞이라면 이 날씨에 이 시간에 이 주말에 사실은 어딜 좀 나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부담되거나 불편하게 다녀오기는 싫다는 그런 표현이라고 지레짐작할 뿐이다. 나가려고 마스크를 찾고 있는 그그녀에게 나는 차를 가지고 갈테니 책도 반납하고 새로 빌리고 그리고 원하는 곳에 차를 타고 데려다주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다. 그럼 뭔가 엄청 고심하는 듯한 표정을 하더니, 그게 꽤 합리적이겠다는 표정과 눈빛과 말투로 그러자고 한다. 바로 이 포인트.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한다고 느끼는 순간. 요기 앞에 갈거라는 결심과 그렇게 나가려고 지금까지 한 채비는 미뤄두고 더 좋은 제안이 오면 언제고 수정할 수 있는 사람인데, 그건 남편인 내가 제안해서가 아니라 그 제안이 합리적이기 때문에 자신이 그 결정을 알아서 따랐다고 말하는 걸 온 몸으로 보여주려는 그 모습이 난 참 귀엽다.
결국 우리는 차를 타고 도서관을 가고, 모던하우스를 가고, 내 옷을 사고, 냉면과 만두도 먹었다.
바깥 바람을 좀 쐬고 온 울 부인은 지금 구해줘 홈즈를 보면서 웃고 있다.
주말이 끝났다.
#나도모: 여러분의 주말은 어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