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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모 Sep 26. 2021

미노와 고스케 <미치지 않고서야>

21세기북스 2019년 6월 28일

내가 방에서 책을 읽는 시간에, 나의 부인은 거실에서 <이슈 PICK 쌤과 함께> 라는 KBS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었다. 프로그램에서는 오건영 금융전문가(이 분의 강의를 유튜브에서 접했을 때 정말 재미있고 몰입도 있게 봤었다.)가 나와서 '커지는 버블의 공포, 인플레이션은 오는가' 라는 주제로 우리의 소득과 소비, 금리 인상과 우리의 집값, 대출 등에 대한 명강의를 펼치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자꾸만 귀와 눈이 그쪽으로 가는 것은 참 아이러니했다. (우리집은 책상에서도 방문을 통해 거실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아이러니한 이유는 이 책이 노동자본에 열정을 더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천재 편집자가 들려주는 새로운 시대, 일하기 혁명 이라는 주제의 책이 나의 열정을 불피우기에 도움이 될지 싶어 도서관에서 예약까지 해서 빌려온 책이었다. 그러니까 일을 더 열심히, 열정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귀로는 노동 자본의 가치하락을 언급하는 자본주의 강의를 흘리고 있던 터였다. 나의 주식은 마이너스였고 얼마전 이 일로 부부싸움을 했으며, 월급은 벌고 있었지만 자산가치가 노동가치를 이미 짓밟아버린 시기에 책임을 미룬 터였는데, 개인의 노동에 열정을 더하는 글을 보는 것이 내심 죄책감이 들었다.


회사의 간판 뒤에 숨지마라.
돌아갈 곳이 있는 인간에게 사람들은 열광하지 않는다.


회사의 간판 뒤에 숨을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사실 간판 뒤에 숨은 적이 없다. 회사의 간판은 저 높이 건물 위에 올라가 있고, 나는 1층에서 엘레베이터를 통해 회사로 출근을 할 뿐이었다. 오히려 회사의 간판 뒤에 숨을 정도의 실력자들은 이미 한자리씩 하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 책의 저자는 이미 자신이 회사의 간판 뒤에 숨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터였다. 실력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이상하게 술술 읽혔다. 사실 책 소개를 본 건 한참 전이었다. 인스타나 블로그, 뉴스레터 등에서 계속해서 언급되었던 책이고 그 요망한 알고리즘은 근 2년을 내게 이 책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돈을 주고 사서 읽는 건 쉽지 않았다. '도대체 내가 책 편집과 무슨 인연이 있단 말인가' 라는 생각에 그 시간들을 넘어갔다가, 마침 예약할 수 있는 책이라기에 도서관에서 집어왔을 뿐이었다. 책을 다 읽었을 때에는 얼마전에 읽은 <프리워커스> 가 떠올랐다. 열정을 주체못하는 직장인들의 다른 방식의 성공기, 일하는 방식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결국 일에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시대의 속도를 맞춰나갈 수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누군가는 디자인과 브랜드로, 누군가는 일에 양과 속도를 더해서.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은 자신의 일을 '정점' 이라고 부르고 믿고 달성해나간다는 게 비슷해보였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 책이 잘 읽히는 이유는 '회사원이 쓴 성공기' 라는 느낌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주 진하게 진하게 회사원의 향기가 났다. 


브랜드를 벌어라


자신이 브랜드가 되고, 자신의 브랜드를 회사에서 벌으라는 얘기를 하는 이 열정 많고 대단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이 책에서 진한 회사원의 향기가 난 이유가 무엇일까? 일단 이 책에는 꽤 대단하거나 특별한 기술을 언급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누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말들이 쓰여있다. 


결국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을 하고 싶고,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자신이라는 사람은 끝까지 파고 들어야 한다.


미노와 고스케는 자신을 잘 알고, 일단 무엇이든 한 번 전력질주 해보라고 추천한다. 일을 많이 하라고 한다. 속도를 빨리 하라고 한다. 일본 사람들 특유의 절차를 지키는 것을 자신은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속도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미 그렇잖아? 라고 생각되는 일들. 하지만 못하는 일들. 그런 내용들이 차있다. 인터넷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사실은 우리도 늦는 건 사실이다. 내가 다니는 회사만 해도 회사 메신져를 사용하기 때문에 생기는 불편함. 위로 직접 보고하지 않기에 생기는 불편함들이 상당하다. 그런 불편함들을 걷어내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보라고 전하는 미노와 고스케는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사람이 기업을 성실하게 다니는 직장인일 것이라고 확신한 것이 아닌가 싶다. 


책 편집에 관한 이야기가 있을 줄 알았지만, 자신의 성공신화를 소개하는 자화자찬 페이지들에도 그 흔한 책 표지 하나 사진하나 판매량을 보여주는 도표 하나 담지 않았다. 자신을 표현하는 일러스트를 제외하고 모두 다 텍스트였다. 그래서였다. 이 책이 편하게 읽히는 이유는 다른 다양한 자료들을 피곤하게 살피지 않고 텍스트만 따라가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래서 직장인들에게 이 책은 계속해서 열심히 하라고, 저자가 이렇게 성공했다고 말하면서도 그걸 편하게 언급해준다. 그러니 당신도 해보라고 말이다. 


일본에서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모두 제대로 하고 있으니 너도 제대로 해." 하지만 인도에서는 "너도 완벽하지 않으니 다른 사람들의 부족한 점을 용서해라" 라고 가르친다.


요즘 책을 이것저것 읽어보는데, 사실은 글을 쓰고 싶어서다.

이 책을 읽은 이유도, 다른 책들을 읽는 이유도 사실을 내 글을 쓰려 하기 때문이다.

나도 내 책, 내 브랜드, 내 것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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