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시리즈 #1 <나는 과연 차를 살 수 있을까>
요즘 어때? 라는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말한다.
나는 요즘 아침에는 볼보를 타고 출근했다가
점심엔 지금 타는 아반떼를 수리해서 타.
그리고 저녁 퇴근할 때는 그렌저를 타지.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다시 아반떼를 탔다가,
그날 저녁 퇴근할 때는 다시 볼보를 탄단다.
제목에 있는 그 사람. 바로 나다.
이 무슨 스핑크스의 문제 같은 넌센스인지 나도 모르겠다.
그치만 하루에도 몇 번이나 생각이 바뀌는 건 어쩔 수 없다.
직장생활 12년차.
돈을 모아온 건 이제 8년차.
결혼을 한지는 6년차.
내 차를 보유한 기간은 5년차.
새 차를 가지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게 된 건 이제 5일.
유튜브에 있는 수많은 영상들은
내가 각 차들에 대해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기에 충분히 많았다.
볼보를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은 안한다. 외제차라니. 돈도 없고 여전히 먼 영역이다.
그렌저를 사고 싶진 않다. 이쁘고 훌륭하지만, 차를 그리 많이 안탄다.
지금 차를 수리해서 타는게 경제적으로는 최선이다.
하지만 상상 속에서는 그런거 없다. 다 탄다.
나는 소비를 하는 편은 아니지만 소비욕은 누구한테 뒤지진 않는다.
욕심이 현실을 못 이긴 케이스다.
하지만 상상으로는 얼마든지 해도 되는게 아닐까.
그렇게 몇일 간 차 관련 영상들에 푹 빠져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틈만 나면 아내와 설왕설래를 하며
없는 돈 쥐어짜며 신용대출로 급한 자금을 막는 것 까지 가는 나의 상상력을 지켜본 아내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됐고. 2천만원 이내 중고차나 알아봐"
#.참고로 출퇴근은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