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도모 Apr 14. 2019

카페로 잠수

흔한 직장인의 점심시간

카페로 헤엄쳐갔다.
매일 점심 도망치듯 바다로 나왔다.
서핑보드에 의지하듯 커피 한 잔과 샐러드에 의존하며 안간힘을 썼다.

살기 위해 놀았다. 찰나의 점심시간을 길게 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누군가 내 시간을 뺏으려 하면 분노했다. 하지만 이내 감안했다. 그 다음 항해를 위해서는 참아내야했다.

일주일에 서너번은 카페에 왔다. 점심을 먹지 않는 이유는 단순했다. 이 시간이 좋았다.

카페에 앉아 세상과 동떨어져서 나를 살폈다. 메일이며 전화며 신경끄고 나를 살폈다.

내게 온 알람이 있는지 목 뒤에 붙어있는 미뤄둔 일은 없는지 살폈다.

이 심해에서는 나만 아무에게 말걸지 않으면 고요했다. 점심시간 잠시 나오는 이 바다가 나는 좋았다.

늘 바다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면 좋을 거라 생각했다가도 이내 그 평화로움이 오래가지 않을거란 생각에 멈췄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또 의미가 있었다. 그걸 간과해선 안되는 터였다.

오늘도 카페에 나왔다. 이 어두운 감성이 좋았다. 어두울수록 빛이 새어나오는 곳이 명확히 보이기 때문이었다.

작은 빛마저 놓치고 싶지 않은 요즘은 카페에 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작가의 이전글 다른 듯 닮은 법랑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