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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동나동 Sep 18. 2019

홍대앞이 변해간다

극동방송국 부근에 자리한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창밖으로 공사 중인 당인리 발전소가 보인다. 여기서는 장난감보다 조그맣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청 큰 크레인이 슬로우 비디오처럼, 하지만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러기를 몇 달, 아니 일 년 혹은 그 이상이 됐을지도 모른다. 꽤나 덩치 큰 건물이 벌써 거의 다 올라갔다. 


지금은 가을, 따갑지만 덥지 않고, 그래서 기분 나쁘지 않은 햇살이 나른 나른하게 비치는 창 너머로 보이는 골목길은, 한산하기 그지없다. 요즘 사무실 근처 골목길엔 정말로 사람이 너무 없다. 합정, 상수 쪽 골목마다 텅텅 비어서 이 많은 가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이 들 정도다. 두리반 사장님도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다며 볼 때마다 한숨을 짓는다. 


반면 새로 이사 간 연남동은 사람이 미어터진다. 연남동 끝자락 사천교 부근까지 사람들이 드나들기 시작했고 가정집은 하나, 둘 가게로 바뀌어 가고 있다. 연남동 끝자락에 위치해 정말 조용한 우리 집 골목까지 사진 찍기 좋은 힙터지는 가게를 찾아온 젊은 사람들이나 외국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홍대 앞이라고 퉁치기엔 이제 그 영역이 너무 넓어진 홍대 앞은 서로 다른 양태로 변화해가는 생태계 모습이 실시간으로 감지된다. 낯익은 풍경이다. 나는 그렇게 6년 동안 망원동이 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인스타그램은 인스턴트(instant)와 텔레그램(telegram)의 합성어다. 즉석사진을 통해 빠르게 메시지를 주고받는다는 의미다. 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지만 별로 쓰지 않다가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익숙해질 만할 때쯤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맛집을 자주 찾아다니지도 않고, 셀카를 좋아하지도 않고, 뭣보다 주변 친구들이 인스타를 거의 하지 않는데 인스타는 해서 뭐하나? 신기하게도 인스타그램에 담겨 있는 인스턴트라는 의미 때문인지 비슷한 속도로 골목은 빠르게 모습이 바뀌고, 지역 생태계가 변화하는 속도도 빨라진다. 비과학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심적으로 모든 게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뿐일까?


사무실 일대는 엄청 한산하다.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걱정이다. 골목이 이렇게 한산해지면 임대료는 내려갈까? 홍대앞이라는 연못에서 헤엄치며 놀던 문화예술인들은 어떻게 될까? 이 빠른 변화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까? 저 멀리 보이는 크레인처럼,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구름처럼 조금 천천히 생각할 시간을 주면서 슬로우 비디오처럼 움직여주면 좋을 텐데. 홍대앞 문화예술 생태계라는 게 여전히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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