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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동나동 Oct 08. 2019

글을 읽고 쓴다는 것

글을 쓰는 일이 정말 간절할 때가 있었다. 


아무도 읽어주는 사람이 없어도 좋았다. 물론 어쩌면 언젠가 누가 읽어줄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글을 쓸 때 내 감정은 이미 과거의 일이 되어 있을 테니 어차피 그건 유물 같은 것이리라, 생각하면 혼자만 보는 글쓰기는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그래도 역시 누군가는 봐주었으면 했다. 그래서 편지를 정말 많이 썼다. 나는 편지를 잘 쓰고 싶어서, 읽고 썼다. 


글 쓰는 일밖에 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손에 잡히지 않는 미래는 너무 막연했다. 그래서 글을 썼다. 


글을 쓰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은 미래가 현실이 되었다. 나는 책을 덮었다. 일기도, 편지도 쓰지 않게 되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한 때는 읽고 쓰는 일이 전부였는데 어느새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렸다. 


어떤 감각은 일생을 거치며 계속 돌고 도는 걸까?


충분히 벌고 그래서 불안이 사라진 시절이 계속되자, 문득문득 갈증이 났다. 일단 이대로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그 감정이 점점 커져갔다. 그리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편지나 일기가 아니었다. 블로그나 페이스북이었다. 


결국 나 혼자 읽기 위해 일기를 쓸 때도, 나 외에 단 한 사람이 읽을 편지를 쓸 때도 나는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는 것을 간절하게 느끼고 싶었나 보다. 어느 때는 그 감정이 짐짓 뒷짐을 쥐고 머쓱 머쓱 발끝을 비벼대며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조심스러운 방식으로 드러났고, 어느 때는 그 감정이 다수를 대상으로 소리 높여 선동하고 당신도 함께 행동하자는 거침없는 태도로 드러났다. 


책을 냈다. 


책을 내고 나니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매일 내 책 제목을 검색해본다.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내 책이 얼마나 팔리고 있나 살펴본다. 매일 sns에 책 소개를 올리고 사달라고 지인들을 꼬신다. 이렇게 쓰는 시절을 거쳐 파는 시절로, 한 시기를 보낸다. 


이 간절함이 조금 더 오래갔으면 좋겠다. 적당히 책도 팔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다음 집필로 이어지는 새로운 간절함으로 연결되기를. 모를 일이다 인생도 책도. 하지만 세 권까지는 써 보고 싶다. 첫 책을 내는데 4년이 걸렸으니까 다음엔 2년 정도로 줄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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