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의 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성별, 성적 지향, 종교, 신념, 장애, 나이, 계급, 인종, 지역, 학력, 병력 등등
나이주의를 극복해 보기 위해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르고 합의하에 다 같이 말을 놓는 모임이 있다. 다양한 닉네임 중에 비대칭이란 이름을 참 좋아했다. 비대칭. 정말 잘 지은 이름이었다. 우리는 누구나 몸도, 마음도 비대칭이니까.
초등학교 5학년 때 오른쪽 눈에 쌍꺼풀이 풀리면서 소위 짝눈이 됐다. 학원강사를 하면서 30대 초반에 왼쪽 다리에 하지 정맥류가 왔다. 30대 후반에 클라이밍을 하다가 왼쪽 어깨와 오른쪽 손목을 다쳤다. 재활 치료 중에 농구를 하다가 오른쪽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었다. 수술하고 재활까지 2년. 오른쪽 허벅지 근육량은 아무리 운동을 해도 왼쪽을 따라잡지 못한다. 반면 왼쪽 종아리는 하지정맥류로 쉽게 부풀어 오른다. 최근에는 재활한답시고 시작한 조깅 때문에 왼쪽 발바닥에 티눈이 여러 개 생겨서 고생 중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대칭이 아닌 곳이 없을 정도다.
수학적 사고를 중시했던 그리스에서 이상적인 비율은 이성적인 것이었고 동시에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리스의 예술작품과 건축물, 그리고 그리스를 계승하고자 했던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작품과 건축물은 비례와 대칭을 중요하게 여긴다. 대칭과 비례는 곧 균형을 의미한다. 균형은 안정감을 준다. 대칭성이 깨졌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몸/삶/사고가 균형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몸/삶/사고의 비대칭은 나날이 심해진다. 완전한 대칭을 사는 삶은 없다. 누구나 어느 만큼의 비대칭을 안고 살아간다. 대칭을 이루려는 노력만큼이나 비대칭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요하다. 사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정해 놓은 대칭성이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새로운 변화 때문에 균형을 잃는다고 생각하면 사회를 바꾸기 어렵다. 변화는 언제나 균열을 수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