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여 한 나절 동안 갔다 올 수 있는 관광지는 벨기에 브뤼셀(Brussel)이나 브뤼헤(Brugge)와 몽생미셀(Mont Saint Michel)이다.
11월(?) 쯤 되면 야경 보러 간다는 말에 솔깃하여 2015년 가보려 했으나 출장 직전에 파리 초유의 샤를리 엡도 IS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 기후 협약으로 150여 개국의 정상이 모여 고속도로의 이용이 봉쇄되어 주말 외곽 통행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1년 후인 2016년 11월 결국 몽생미셸로.
옛 기억. 상당히 오래전에 파리 올 때 옆 자리에 일본 대학생이 앉아 있길래 어디 가냐고 물었더니 몽생미셸을 간다고 한다. 왜 가느냐고 묻자 그냥 가고 싶었다고 한다. 졸업 여행으로 알바로 돈 좀 몹고 부모가 보태주었다고 한다. 몽생미셸을 갔다가 어디 갈 거냐라고 물었더니 정해진 바 없다 한다.
목적지향적이기는 하나 이후는 목적 탐구적인 것이었다.
내가 처음 유럽에 갔던 것은 대학교 1학년 때이다.
그 직전만 해도 군미필자의 해외여행은 허용되었지만 intelligence의 감시역이 따라붙었다. 그리고 파리에서 여학생 한 명이 동행 중 누군가에게 살해되는 치흔 사건도 있었다. 해외여행이 쉽지도 않았고 기착지는 샤를드골이 아니라 오를리였다.
비행기 속에서는 반을 뚝 나누어서 종이를 붙이면 뒷 칸이 흡연 구역, 이코노미였지만 유럽행이라고 칵테일을 만들어 주던 시절이었다.
그때 나는 미술사를 전공하는 일본 교수 옆에 앉아 있었고 여러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내게 뭘 하겠냐고 묻길래,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외교를 하고 싶다고 말했던 걸로 기억난다.
목적지 직전에 옹프레르에 잠시 머물렀다. 가이드에게 아침 먹자고 했다. 그런데 이 동네 특산물 중 하나가 깔봐도 스(Calvados)라고 한다. 사과로 만든 위스키.
"Now or never". 한 잔 들이켜니 아침부터 벌게진다.
가이드 분 불란서 문학 전공에 풍류도 즐기는 분인 듯하다. 그러나 열띤 설명에도 밴 속에 같이 탄 젊은 여성들은 연상 잔다.
나이 대를 보면 다 젊다. 학생도 있고 직장 관두고 세계 여행하는 사람도 있고 잠시 휴가 차 온 사람도 있고 출장에 잠시 짬을 낸 사람들도 있다.
처음에는 가이드가 내가 하는 질문에 대답하다 어느새 질문의 방향은 반대로 바뀌었다.
민증을 깝시다 해서 보니 같은 연배였다.
점심은 레스토랑과 샌드위치 팀으로 나뉘었다. 레스토랑파에 묻혀서 양고기를 먹었다. 해변가의 짭짤한 소금을 머금은 풀을 먹고 자랐기에 소금 간이 필요 없단다. 그런데 고추장이나 와인이 없으면 이건 몇 점 못 먹는다. 그래서 와인을 한 잔 시켰다.
나중에 조금 친해져서들 말을 걸다 보니 와인을 마시고 싶었는데 예산 때문에 자제했단다. 다들.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그냥 한 병 시키고 같이 마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아직도 남아 있다.
비가 개고 맑은 하늘이 보였고 뉘역 뉘역 해가 지면서 어둠 속에 성은 조명으로 빛났다. 유난히 달이 밝다고 생각했는데 Super Moon이었다고 한다.
잠시 동안이라도 사진을 찍어 주고 말을 걸고 친해진 것은 다른 밴의 팀이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문득 몽생미셸을 가겠다는 일본 대학생이 떠올랐고 내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일본 교수가 떠올랐다.
파리로 돌아오는 4시간 동안 다들 곤히 잠들었다. 가이드와 나는 줄 곳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번에 올 때는 루아르 고성 투어를 해보라 한다.